『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당신은 첫인상에 지배당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첫인상은 나의 의사나 사실 여부와 크게 상관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첫인상을 깨기 위해서는 첫인상보다 200배 이상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 번 정해진 이미지나 프레임을 벗어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의 첫인상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떠한 인물상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직장 면접 같은 경우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열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이렇게 첫인상은 우리의 성공을 좌우하는 굉장히 큰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이러한 첫인상은 비단 인간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떠한 행동과 사고를 할 때, 관련하여 처음 얻은 정보들을 과하게 신뢰하는 경향을 갖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라는 것은 단순히 사실관계에 대한 부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진실에 대한 부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게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고, 인간관계에서처럼 첫인상을 통해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어떤 대상(목적물)에 특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첫인상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왜곡・편향 등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란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링 효과』*란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정박 효과'  '닻 내림 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으로 유명한 다니엘 카너먼 교수와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4년 사이언스지에 발표

・관련 포스팅 -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항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고,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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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 우연히 습득한 숫자나 사물에 대한 '인상'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항구에 정박한 배의 '닻' 같은 역할을 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고(思考)가 유도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니엘 카너먼 교수가 재밌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우선 에베레스트 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혀 없는 집단을 둘로 나눕니다. 그리고 각 집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①첫 번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 산이 600m보다 높은가, 낮은가?', '그렇다면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얼마인가?'

②두 번째 집단에는 '에베레스트 산이 13,700m보다 높은가, 낮은가?', '그렇다면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얼마인가?'

 

①의 경우, 첫 번째 집단은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평균 2,400m라고 대답했습니다.

②의 경우, 두 번째 집단은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평균 13,000m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8800m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두 집단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600m'와 '13,700m'라는 질문에서의 기준이 무의식 속에 사고의 '앵커'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실험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집단으로 나눠서 '다음 계산 문제의 답을 5초 안에 추측해 보세요!'라는 실험을 해 봤습니다.

8 x 7 x 6 x 5 x 4 x 3 x 2 x 1 = ?

이 경우, 추측한 평균값은 2,250이었습니다.

1 x 2 x 3 x 4 x 5 x 6 x 7 x 8 = ?

이 경우, 추측한 평균값은 512이었습니다.

실제 정답은 어느 쪽도 40,320입니다. 시작하는 숫자가 크게 느껴지냐 작게 느껴지냐에 따라서 그 추측 값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이 책이 5만 원 보다 더 저렴할까요? 더 비쌀까요?

그러면, 이 책은 얼마 정도 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A : 6만 원
B : 4만 원
C : 2만 5천 원

아마 많은 분들이 A 혹은 B를 선택하셨을 겁니다. 5만 원이라는 기준점이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책이 2~3만 원 선에서 거래가 된다면 당신은 '오.. 생각보다 싸네?'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케팅의 기본이 세일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5만 원짜리 옷을 그대로 5만 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10만 원에 올리고 50% 세일해서 5만 원에 파는 것이 구매자 입장에서 훨씬 싸게 느껴지겠죠?

 


이러한 『앵커링 효과』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부동산 중개업자가 일반적인 매매・임대 물건을 소개하는 경우, 고객이 감당하기 힘들어할 만한 고가의 매물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실제로 거래시키고 싶어 하는 매물이 더 저렴하게 느껴지게 대조 효과를 주는 테크닉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①우선 처음에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대네..'라고 고민할 만한 비싼 월세(가격)의 예쁜 매물을 보여줍니다.

②그리고 두 번째로 '내 희망사항과는 너무 차이가 큰데? 장난하나?' 의심할만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한 매물을 보여줍니다.

③마지막으로 고객의 조건을 겨우 맞출 수 있을까 말까 한 매물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1번 매물이 기준점이 되고, 불만족스러운 2번 매물과 크게 대조됩니다. 그러면 3번의 그럭저럭 한 매물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도, 조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게 느껴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토지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중개업자들이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는 그 자체로 비교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더 저렴하게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매물의 가격을 일부러 높게 부른 뒤에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기준점을 일부러 높게 제시하여 일정 금액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금액을 일부 조정해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는 인식을 주어 심리적으로 매수를 용이하게 하는 겁니다. 대부분이 매수 희망자들이 거래 금액을 조정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감안하여 적정 가격대에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안이 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상품들에 비해 그 거래 금액이 훨씬 큰 부동산의 특성상 훨씬 효과적이고 몇천 만 원 단위에서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연히 모든 매물에 대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물론 이 경우도 확실하게 매도 희망금액이 정해져 있을 때의 예이고,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토지에 대한 가치는 일률적으로 평가 가능한 부분이 아닙니다. 호가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때문에 금액을 딱 정해놓고 홍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기획부동산 같은 경우에는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를 통해) 과도하게 포장된 가치를 기준점으로 제시함으로써 지금 이 가격으로 매수하는 것이 '절대로 비싸게 사는 것이 아닌 투자'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식으로 사기를 칩니다.

대부분의 기획부동산의 피해자 분들에게 실제로 일반적인 시세보다 몇 배는 비싸게 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시세 50만 원짜리를 100~150만 원에 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토지가 나중에 600만 원 된다더라!라는 환상이 먼저 자리 잡아 무거운 앵커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600만 원은 절대 기준이 되고, 고정된 이미지에 사로 잡혀 최소한 2~300만 원은 우습게 될 것처럼 착각하기 시작합니다. 본인이 시세보다 훨씬 높게 샀다는 사실 자체는 잊은 지 오래이고, 이제 원래 시세가 왜 낮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평소에 부동산 정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논리적으로 의문점들을 제기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기획부동산의 마케팅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개업자들과 기획 부동산(+악질 중개업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과 함께 그 물건에 대한 현실적인 가치에 대하여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위는 '사기'입니다. )

 

・관련 포스팅 - 『황해청, 현덕지구 내 '기획부동산'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

 

『황해청, 현덕지구 내 '기획부동산'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요즈음 현덕지구 내에서도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대한민국중국성개발('중국성')과의 '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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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시세가 직접적으로 확인이 되는 주택 가격의 경우에는 지역적인 『앵커링 효과』도 나타나고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강남불패'와 같은 이미지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부가 규제해도 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왜 그렇게 되는 건지는 크게 걱정도 신경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근거를 모르더라도 그 이미지만으로 쉽게 확신을 합니다. 

 

최근에는 풍선효과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됩니다. 강남 집값을 잡으라 했더니 오히려 강남 집값을 기준으로 괜찮은 수도권 지역은 다 따라 오르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살기 원하는 지역은 정해져 있고, 그 수요를 감당해 낼 현실적인 공급 정책은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강남'이라는 기준점을 향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누구도 첫인상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임의대로 정해서 첫인상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무의식 속에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앵커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앵커의 줄을 한없이 늘어트려서는 중심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을 겁니다. 

 

결국 합리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서 쉼 없이 흘러가는 정보의 흐름을 읽고 그 자체에 몸을 맡길 줄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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