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항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고,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회복 국면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 정부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이 주택 가격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주체들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런 현상을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론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전제는 정부가 규제를 만들어 낼 때 그 효용성을 뒷받침하는 대전제가 됩니다. 이익과 손실을 분석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규제에 맞춰 움직이게 되기 때문입니다.(『기대 효용 이론(expected utility theory)』 

 

하지만 인간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 한 결정들을 하게 됩니다. (계획하지 않았던 충동구매, 건강에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나쁜 습관들 등등)

 

여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A : 확실하게 백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B : 10%의 확률로 이백만 원, 89%의 확률로 백만 원, 1%의 확률로 상금 X

 

아마도 많은 분이 경우 A를 선택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닌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모험가)

(실제로 A를 선택하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분명 B가 더 기대치가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만, 실패할 1%의 가능성 때문에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다른 말로 표현을 하면,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기존에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을 기꺼이 수수료・보험료의 개념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너만 교수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입니다.

 

전망 이론은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경험에 의한 직감이나 심리적인 상황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ο인간은 얻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손실 회피성)

-100만 원의 이익보다, 100만 원의 손해를 더 크게 받아들입니다.

-100% 확률로 100만 원 vs 50%의 확률로 0원 또는 200만 원, 무엇을 택할까요?

 

ο인간은 이익을 확실히 얻고 싶어 하지만, 확실한 손해는 피하고 싶어 합니다.

 

ο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경우라면, 위험성이 있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ο인간의 슬픔과 기쁨은, 준거점에 의존합니다. (상대평가, 준거점 의존도)

-월급이 4백만 원이던 사람이 5백을 받게 되는 것과, 6백만 원이던 사람이 5백을 받게 되는 것의 차이

-만족도는 항상 상대적으로 작용합니다.

 

ο인간의 슬픔과 기쁨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민감도 체감성)

-처음에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변화의 폭이 커질수록 체감은 둔감해집니다.

 

ο인간은 확률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분석하기 이전에 체화된 감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주관적이고 부정확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사람들은 기대치가 높은 선택지(합리적인)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의 관점입니다. 의사 결정에 주관성이 개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익과 손실이라는 관점에서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부동산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 일반론적인 해설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 관점에서의 이해)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아직도 자산증식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여겨지고 있고, 절대적인 공급량과 상관없이 질적인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 속(사실이 그렇다)에서 서울・수도권 주택 구입의 기회가 축소된다는 불안감은 보유세의 인상 부담을 상쇄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부동산은 큰돈을 벌 수 있고, 아직도 주택이 모자란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규제만 해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득과 손해라는 부분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이득과 손해라는 부분 간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다고 하는데 나만 소외될 수 없다'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투기를 조장하고, 추후 가격이 더 오른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당장의 합리적 선택을 망설이게 합니다. (정당한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본다면,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봐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론적인 부연 설명 측면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은 손실 회피성에 의해 행동하게 됩니다. 같은 금액의 이익과 손실이 있다면 손실로 인한 불만족은 이익으로 인한 만족보다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주택 가격이 올랐을 때 기쁨보다는 하락했을 때의 불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처럼 부동산에 대해 사람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합리적인 행동보다 직감에 의해 행동하게 되면, 정부가 의도한 대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당장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현실이지만, 앞으로 주택 구입의 기회가 축소된다는 불안에 의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최악의 경기 상황 속에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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