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의 정리(Coase theorem)』외부효과와 효율적인 자원배분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환경오염 같은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염 원인자에게 오염 피해액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고, 연구개발 같은 긍정적인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로널드 코즈 교수는 세금이나 보조금을 통한 정부의 개입 없이도 외부효과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외부효과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소수이고 거래비용이 없다면 재산권을 누구에게 부여하든지 관계없이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달성된다. / Ronald Harry Coase

이른바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입니다.

 

로널드 코즈 교수님

 

예를 들어, 소를 기르는 목장과 일부 토지에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는 농장이 토지의 경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목장과 농장 사이에는 목책(木柵) 같은 가시적인 구획이 없습니다. 때문에 목장의 소들이 가끔씩 농장 소유 토지에 넘어와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이 피해액이 1년에 1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피해를 막으려면 목장 주인이나 농장 주인이 자기 소유 토지 주변에 목책을 설치하면 됩니다. 그런데 필지의 모양과 주변 토지의 지형적 요인 때문에 목장 주변에 울타리를 칠 경우 비용이 75만 원 들고, 농장 주변에 울타리를 치려면 50만 원이 든다고 합니다.

 

목장 주인과 농장 주인은 협상을 통해 누가 돈을 들여 목책을 설치할지를 결정할 수 있고, 아니면 법으로 재산권을 둘 중 한편에게 부여하고 협상을 유도할 수 도 있습니다. 

 

① 첫 번째 안은 목장 주인에게 소들의 방목을 허용하고 농장 주인이 소들의 침입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② 두 번째 안은 소들이 농장에 침입할 경우 목장 주인이 농장 주인에게 작물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안이 시행되면 농장 주인이 옥수수 재배면적으로 줄이거나 농장 주변에 목책을 설치할 것입니다. 100만 원의 피해를 감수하는 것보다, 50만 원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요.

 

두 번째 안이 시행되면 목장 주인이 목장 주변에 목책을 설치하여 소들이 농장부지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관리할 것입니다. 소들로 인한 피해액 100만 원을 보상하는 것보다, 75만 원을 투자하여 소들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입니다.

 

이 두 가지 안 중에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안일까요?


형평성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두 번째 안이 더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장의 소들이 농장에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농장이 목장에 피해를 주지는 않기 때문에 목장 주인이 목책을 설치하는 것이 당연한 듯합니다. 

 

하지만 효율성을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좋은 대안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즈는 옥수수 경작과 소 사육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하는 안을 선호하였습니다. 이 예에서 소들의 침입으로 인한 경작 피해 100만 원을 방지하기 위한 목책 설치비용이 ① 첫 번째 안에서는 50만 원이고, ② 두 번째 안에서는 75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따라서 목책 설치에 따른 순편익은 ①의 경우 50만 원, ②의 경우 25만 원입니다.

 

즉, 100만 원의 피해액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 50만 원으로 해결 가능한 첫 번째 안이 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편익이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만일 목장 주인과 농장 주인이 의기투합하여 서로 합병을 한다면 이들은 옥수수 생산과 소 사육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합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50만 원을 들여 농장 주변에 목책을 설치할 때 결합되는 이윤이 극대화될 겁니다. 이처럼 두 이해당사자가 협력하게 되면 재산권을 규정한 법률이 첫 번째 안이든, 두 번째 안이든 상관없이 효율적인 결과가 실현됩니다.

 

그렇지만 양측이 서로 협력하지 않는 경우에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두 번째 안에서는 덜 효율적인 결과가 초래됩니다. 만약 두 당사자가 협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농장 주인이 목책을 설치한다면 목장 주인은 자신이 직접 목책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인 75만 원 이내에서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겁니다. 농장 주인의 입장에서는 50만 원 이상을 받으면 목책을 설치하고도 돈이 오히려 남으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얼마에 합의가 이루어질지는 양측의 협상력에 달려있지만 협상의 여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합의는 50만 원과 75만 원의 중간인 62.5만 원이 되겠죠? 합의가 이루어지면 농장 주인이 50만 원의 비용으로 목책을 설치하게 되므로(12.5만 원 남겨 먹고), 효율적인 해법이 실현됩니다. 

 

이상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경우 법에 따라 가해자나 피해자 중 한쪽에 재산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이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는 피해자에게 재산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지만, 효율성 차원에서는 재산권으로부터 가장 큰 가치를 느끼는 쪽에 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즉 누구에게 재산권을 부여하느냐가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두 이해당사자가 협상에 성공하면 재산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든 동일한 효율적 자원배분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코즈 정리'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측의 협상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전제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협상에는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담판 비용, 소송 비용 등) 

 

즉 코즈는 성공적인 협상을 제약하는 모든 비용을 거래비용으로 인식하고 거래비용이 충분히 커서 성공적인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산권을 어느 쪽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앞의 예에서 만일 소요되는 거래비용이 25만 원보다 커서 예컨대 35만 원이라면 목장 주인과 농장 주인이 협상을 통해 나눠 가질 수 있는 가치가 25 - 35 = -10만 원이 되어 협상이 불가능해집니다. 이처럼 거래비용이 너무 높아서 성공적인 협상이 불가능하면 목장 주인에게 재산권을 부여하는 두 번째 안이 시행되어야만 효율적인 자원 배분(옥수수 재배 면적과, 소 사육 두수 등에 관한)이 달성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코즈가 제시한 재산권 설정과 협상을 통한 외부효과의 해결방안에서 거래 비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코즈 스스로가 '코즈의 정리'는 거래비용이 0인 가상적인 상황에서만 성립되며 거래 비용이 존재하는 실제 세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었습니다. 그가 1991년 노벨경제학을 수상 하면서도 '코즈의 정리'를 악명 높은 정리(the infamous Coase  theorem)라고 지칭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일반적인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코즈의 정리는 세계 경제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이론으로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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