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머니 효과와 심리계좌(심리적 회계)』사람들이 쉽게 번 돈을 헛되이 쓰는 이유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우리는 '큰 액수의 복권에 당첨된 졸부가 방탕한 생활을 지속하다 결국 모든 돈을 탕진하고 불행해졌다'거나, '본인 노력 없이 부모님에게 상속받아 일군 부(富)는 그것을 날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것은 배 아파서 내리는 일방적인 저주가 아니라 실례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오랜 격언(?)과도 같은 것인데요. 

 

어쩌면 '돈이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닌 것이,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에 주목하는 행동경제학에서는 돈을 어떻게 얻었는가에 따라서 그 돈을 대하는 가치관이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심리계좌(심리적 회계, Mental Accounting)라는 두 가지 용어를 통해 사람들이 별 노력 없이 벌게 된 돈을 왜 헛되이 쓰게 되는지, 그 심리적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교수 등에 의해 제안된 '하우스 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는 최근에 손쉽게 얻은 수익을 높은 리스크를 무릅쓰고도 기꺼이 다시 투자하려는 성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우스(=카지노)에서 도박하는 사람들을 관찰하였더니, 게임에서 돈을 따고 있는 경우 사람들이 딴 돈을 '실제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제가 재미 삼아 300달러를 가지고 카지노에 입장해 보겠습니다. 한 달 식비를 책임질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매 순간 두려움에 떨며 베팅을 했고, 정말 운 좋게 금방 600달러를 벌었습니다. 이제 제 손에는 석 달치 식비가 주어져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고, 저는 적당한 선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죠. (하우스에서 객관적으로 돈을 따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들고 있던 300달러를 본전이라고 한쪽 주머니에 넣어 두고, 테이블에 올려 둔 나머지 600달러를 계속해서 리스크 높은 도박에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 돈은 내 주머니가 아닌 하우스에서 나온 머니이고, 결국 카지노의 돈으로 노는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출발점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심리적 쿠션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리처드 탈러 교수가 진행한 관련 연구에서 피실험자들에게 질문한 내용과 그 답변 비율입니다. 

문제1. 여러분은 지금 30달러를 땄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자. 

(a) 50퍼센트의 확률로 9달러를 따고, 50퍼센트의 확률로 9달러를 잃는다. (70퍼센트)
(b) 더 이상 따거나 잃지 않는다 (30퍼센트)

문제2. 지금 30달러를 잃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자.

(a) 50퍼센트의 확률로 9달러를 따고, 50퍼센트의 확률로 9달러를 잃는다. (40퍼센트)
(b) 추가적으로 따거나 잃지 않는다. (60퍼센트)

문제3. 지금 30달러를 잃었다.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하자.

(a) 33퍼센트의 확률로 30달러를 따고, 67퍼센트의 확률로 하나도 따지 못한다. (60퍼센트)
(b) 확실하게 10달러를 딴다. (40퍼센트)

→해설 : 문제 1은 하우스 머니 효과를 잘 보여준다. 비록 피실험자들이 이득을 보는 상황에서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인다 하더라도, 즉 9달러를 따거나 잃는 동전 던지기 게임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이미 30달러를 딴 경우 그들은 내기를 더 많이 선택했다.

다음으로 문제 2와 3은 어떤 심리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 게임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복잡한 성향을 잘 보여준다. 손실 상황에서 위험 선호적 성향을 드러낸다는 전망 이론의 단순한 예측과는 달리, 문제 2에서 '본전을 만회할 가능성이 없을 때' 30달러의 손실 상황은 사람들의 위험 선호 성향을 자극하지 않았다. 반면 문제 3에서 본전을 만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때 피실험자 중 대부분은 내기를 선택했다.

리처드 탈러, 『행동경제학 -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선택 설계의 힘』
박세연 옮김, 웅진씽크빅(2022), p149-150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위험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기 때문에 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확실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위험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관련 포스팅 -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손실 회피에 대하여)

 

그럼에도 문제 1과 같이 이미 돈을 따고 있는 경우에는 하우스 머니 효과로 인해 더욱더 적극적으로 내기를 하겠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잃어도 내 돈을 잃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하우스 머니 효과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마음속 회계장부인 심리계좌(심리적 회계, Mental Accounting)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같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업이 예산을 관리하는 것과 같이 마음속에 여러 계좌(=계정)를 설정하여 그 계좌별로 수입, 지출, 한도 등을 관리합니다. 

 

월세, 공과금, 옷 구매, 식비, 여가활동, 문화생활, 저축예금 등 다양한 계좌가 존재하고, 각 계좌를 개별화하여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의 것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편향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손실과 이득을 묻지 않고 계좌 간에 전용을 어렵게 합니다. 

 

흔한 예시로 우리는 시장에서 콩나물 같은 나물을 살 때 단 돈 천 원이라도 깎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조만간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계좌에서 천 원 정도 당겨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사용할 계좌에는 예산이 많이 배정되지 않았고, 단 돈 얼마라도 비싸다고 느끼거나 예상 한도를 초과했다면 최선을 다해 깎아야만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계좌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고, 손실은 절대로 회피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 손실을 다른 계좌에서 손쉽게 메울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두 계좌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계좌에서 이득을 봤을 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번 달에 생각보다 에어컨[공과금]을 덜 틀었다고 해서 오랜만에 스테이크[식비]에 칼집을 넣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환상입니다. 저녁에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고기를 썰기 위해서는 점심에는 눈물 젖은 삼각김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계좌의 한도가 높으신 분들은 매일 스테이크 드실 수 있습니다)

 

결국 손실이든 이익이든 동일한 성격 간에 계좌 내에서만 전용하려는 심리적 편향이 존재하는 겁니다. 

 

마치 휘발유값이 싸진 만큼 소고기를 더 사 먹는 것이 아니라 괜히 고급 휘발유 넣어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여기서 하우스 머니 효과와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마음속으로 심리 계좌를 설정하여 세부적으로 예산을 관리하는 원칙과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이 예산이라는 것은 우리가 노동의 대가로서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월급 혹은 예상 가능한 안정적인 자본 수익 등에 기초해 있습니다. 우리가 동일한 노력을 했을 때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해야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는 일상의 바운더리 안에서 사실상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노력의 결실들이기도 합니다. 

 

즉 [어렵게 번 돈]이고, 우리가 여태까지 살펴본 심리 계좌의 예시들은 이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심리 계좌의 카테고리를 조금 더 확장하면 이런 발상도 가능할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어렵게 번 돈을 관리하는 계좌]와, 그렇지 않고 복권 당첨이나 도박과 같이 운 좋게 얻거나 큰 노력 없이* [쉽게 번 돈을 관리하는 계좌]도 구분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두 개의 계좌도 각각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면 서로 전용이 어렵지 않을까?

 

(*어떤 분들은 불로소득 전체를 '쉽게 번 돈'이라고 가정하시기도 하던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카지노에서 운 좋게 딴 600달러(=하우스 머니)는 [쉽게 번 돈]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카지노에 들고 갔던 300달러는 일상 속에서 고생해서 [어렵게 번 돈]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 수익이 생기자마자 따로 빼서 주머니에 고이 모셔둔 거죠. 

 

사실 어떻게 벌었든 간에 600달러라는 돈의 가치는 동일해야 합니다. 이는 평소처럼 [어렵게 번 돈]의 계좌에서 관리한다면 두 달 치 식비에 해당하는 큰돈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쉽게 번 돈]으로 인식하고 계좌 간에 성격을 전혀 다르게 부여함으로써 동일한 금액의 가치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일상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편향을 보이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1에서 보듯이 우리가 평소에는 위험 회피를 위해서 꺼려하던 내기도 [쉽게 번 돈] 계좌를 활용할 때는 훨씬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겁니다. 투자를 할 때 보다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고*, 소비를 한다면 쾌락재나 사치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쉽게 번 만큼 쉽게 쓰게 되는 겁니다. 

 

(*만약 다수의 사람들에게 공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금이 대량으로 풀리면 이는 금융 시장의 거품을 조장할 겁니다 / 위험부담이 큰 자산에도 투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 만약 하락세가 시작되면 부채 비율이 높았던 투자자들은 나락...)

 

[어렵게 번 100만 원]은 손실이 나지 않도록 계좌별로 깐깐한 관리를 받지만, [선물 받은 상품권 100만 원]은 옷 몇 벌 구경하면 사라지는 돈입니다. 쇼핑몰에서 할인권을 뿌리는 것도 사람들에게 [쉽게 번 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더 자극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처음에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복권 당첨이 됐든,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든 갑자기 엄청난 돈을 갖게 된 사람들은 일단 [쉽게 번 돈을 관리하는 계좌]를 개설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어렵게 번 돈을 관리하는 계좌]와 이를 합쳐서 다시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 전문적으로 관리를 해 내야 합니다.

 

결국 쉽게 번 돈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어렵게 번 돈의 계좌에 녹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꾸준하게 들어오는 일상의 수익이라는 개념으로서 [어렵게 번 돈]으로서 관리를 할 수 있게 되고, 그 안에 포함된 각 계좌의 전반적인 한도는 충분히 높아져 있을 겁니다. 아마 매일 스테이크 썰 수 있겠지만 이는 낭비가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 안에서의 합리적인 소비일 겁니다. 

 

이런 과정 없이 리스크를 즐기고, 과소비하는 패턴만이 몸에 배고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그것을 지속해서 감당할 수 있는 체급을 스스로 갖추지 못 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던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이전의 [어렵게 번 돈]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소비욕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심리적인 파산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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