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토지 거래(중개)를 어렵게 하는가?』 '소유효과'와 '주관적인 가치'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소유효과(보유효과, endowment effect)'라고 부릅니다.

 

완전히 동일한 물건에 대해서도 나의 것으로 인지하는 경험(소유 혹은 내 것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된 경우에는 그 물건에 유난히 집착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사람들의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 (손실회피성향에 대하여)

 

예를 들면 매장에서 제품들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게 하거나, 옷을 한번 입어보시길 권하고, 홈쇼핑에서 자신 있게 무료체험과 반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손실회피성향을 이용한 마케팅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손에 잠시라도 있었던 것을 되돌려 놓는 것을 우리는 손실이라고 느끼고 적극적으로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변화 대신에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만지고 체험하고 있는 제품과 거울에 비친 옷을 평소보다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이 정도 금액을 부담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나의 물건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내 물건을 다시 누군가에게 팔고 싶은 마음이 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내가 지불했던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을 누군가가 제시해야만 합니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아야만 하는 최소금액(WTA, willingness to accept)이 자신이 소유한 물건과 동일한 물건을 얻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WTP, willingness to pay)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예시 : 나는 A라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5달러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지만, 내가 소유한 동일한 제품 A'를 다른 사람한테 팔고자 할 때는 최소 6달러 이상을 받고 싶어 한다는 식의 실험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행동경제학의 기본 지식을 접하면서 제가 최근에 느끼고 있는 지극힌 주관적인 주장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무엇이 토지 거래(중개)를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하는가?」

 

(*일반적인 주장입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여러 종류의 부동산 중에서도 토지의 거래(중개)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련해서 얼마나 더 공부가 필요한지는 차치하고라도 더욱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자가 갖는 주관적인 가치와 시장에서 평가되는 객관적인 가격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관적인 가치라 함은 (감정평가법에서도 철저히 배제하는) 특별한 용도로 사용할 것을 전제로 하거나 주변 호재에 대한 기대심리, 그리고 자신의 애착 등이 반영된 사실상의 호가를 뜻합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가격이라 함은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일정 구간의 실거래가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 효과' 등으로 인해 본인의 물건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것은 부동산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이러한 자연스러운 심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소유자들도 당연히 되도록이면 평균적인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거래를 하려고 들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여 확실한 이익이 아니라면 현상 유지를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 행동경제학적 관점

 

결국 거래(중개)는 주관적인 가치와 객관적인 가격의 괴리가 크지 않게 조정되어야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 괴리를 중재할 수 있을까요?

 

(중개사들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중요하겠지만 안 팔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특정한 경우에는 '하는 일도 없이 돈만 많이 받아간다'라고 욕을 먹는 것도/오해를 사는 것도 중개사들인 것이 사실입니다)


정답은 소유자 스스로 머리가 깨져야 된다(비유입니다)는 겁니다. 

 

이것은 주변의 설득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실거래가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제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때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의 경우에는 개별성이 적고 동일한 특징을 공유한다고 간주할 수 있는 명확한 비교군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 물건들은 일정한 범위에서 실거래가를 형성하고, 시장 상황과 지역 호재 여부에 따라서 동일한 흐름에서 움직일 겁니다. 내가 소유한 물건만이 갖는 정말 특별한 요소를 설명할 수 없다면 이러한 실거래가의 흐름을 부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매수자의 입장에서도 내 물건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있기 때문에 이 객관적인 가격 수준을 무시하였을 때 내 물건은 경쟁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협상 테이블 자체에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가치의 객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전제와 현실적인 시장 상황은 토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다만 토지는 모든 부동산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개발 방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지역 호재에 대한 영향권을 명확하게 경계 지을 수 없습니다. 저 먼 곳에 이야기도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고,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기대 심리는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토지는 사놓으면 절대 손해 보진 않아"라는 흔한 표현은 '이거 갖고만 있어도 오르는 토지인데 팔려고 내놓으려면 더 받아야 돼'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실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찢어집니다. 손바뀜이 없었던 토지 같으면 십수 년의 호흡 기간 동안 쌓여 온 애정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농사만 지어오신 분들은 "이거 팔면 앞으로 난 뭐 하고 지내냐? 허전해서 어떻게 하냐?"라며 아쉬움까지 값을 쳐서 300만 원짜리 토지를 500만 원에 팔겠다고 합니다. 

 

이러한 주관적인 가치를 깨부숴 줄 객관적인 실거래가는 부동산 교재에 나오는 것처럼 '완전히 동일한 토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개별성의 원칙'으로 인해 토지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개념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모든 소유자들은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가치를 주장할 수 있고 이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정보들을 접하면서 제삼자가 생각하기에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느끼는 범위까지 조정 과정을 거칠 뿐입니다. 하지만 토지 시장에서는 주변 정보의 객관성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담보하고 신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는 적정한 실거래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든지 부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옆에 토지가 내 생각보다 싸게 팔렸다고 하면 조금 뜨끔할지는 몰라도, 내 토지가 더 특별한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특별하게 비싸게 팔린 토지가 생기면 '최근에 어디가 얼마에 팔렸는데,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주택과는 다르게 어떤 사람이 어떻게 쓰려고 내 토지를 찾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땅은 다 자기 임자가 있는 거다'라는 말로 특별하게 비싸게 사 줄 인연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주변에 널려 있는 토지들이 특정 시기에 무더기로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나의 토지를 완벽하게 대변해 주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적인 거래가였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도 어렵습니다. 최신 지역 정보에 밝지 않으시고 개발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이 마땅한 비교군을 찾지 못하고 적정한 가치마저 평가받지 못한채 넘기셨을 수도, 그와 정반대의 경우였을 수도 있습니다. 막말로 활용 가치가 높지 않은 토지를 기획부동산에 속아서 말도 안 되게 비싸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 노릇이니, 토지의 가치 분석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어느 정도에 팔아야 내가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손실을 보지 않고,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그 기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즉 스스로 머리가 깨지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게임 아이템이나 중고 제품을 거래할 때 매수자에게 먼저 "가격 제시요~"라며 떠 보는 것과 비슷한 상황 같기도 하고.

 

대략적인 시세 물어보고 다니면서 가장 비싸게 홍보해 주겠다는 부동산에만 자꾸 발길을 들이면서 실질적인 이득 없이 자기만족의 시간에 도취되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행복입니다. 

 

하지만 역시 진심으로 매도를 하실 생각이 있다면 우리는 (실제 하지 않는 아픔을 견디며) 적정 수준에서 타협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러한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용기를 내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할지?

 

다음 포스팅을 통해 제안해 보겠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이니 아래 링크에서 같이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지를 매도 하기 위한 노력과 용기』 '기회비용의 과소평가'에 대하여

 

 

※포스팅의 목적에 맞게 매도인의 입장에서 특정한 사례들을 일반화하여 소개해 드리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성격의 주체가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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