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운동 180여 일간 도전하면서..』하나도 안 변함..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매주 화요일~수요일 사이에 취미 삼아 시작한 맨몸 운동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 포스팅을 남겨야 했는데, 이번 주에는 기록을 따로 남기기에는 양심상 너무 운동량이 부족했던 것 같아 다음 주 분량과 묶어서 한 번에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포스팅을 쉴까 하다가 저질체력으로서 여태까지 맨몸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한번 정리하고 가는 시간을 가져볼까 싶어서 짧은 일기를 하나 남겨 볼까 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흔히 '멸치'라고 불리는 체형을 갖고 있었고, 군대에서 나름 체질 개선을 하고 나서 70kg 초중반대의 건강한 몸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살아왔었습니다. 일본에서 지내던 8년간 가장 많이 쪘었던 것이 80kg 초반대였고, 3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올 때가 75kg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뭐 특별히 운동을 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활동적으로 몸을 많이 쓰는 일상을 보내다 보니 사람들에게 몸이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었습니다. 근데 활동량에 맞게 과식을 하던 습관이 벤 상태로(식사 외에 식탐은 별로 없음) 한국에 돌아와서 의자에 앉아 있는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급격하게 체중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1년 반 만에 20kg 이상이 쪄서 지금은 102kg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살이 찌면서 피부 트러블도 심해지고, 탈모도 생기는 것 같고, 얼굴은 항상 부어 있는 것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면서 '비만과 삶의 질의 연관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보기도 했었더랬죠. 근데 그러면서도 '아.. 그래도 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금방 뺄 수 있으니까. 내가 추위를 안 타는 게 기초대사량이 미쳐서 그래' 라며 어떠한 결심을 내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외면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직접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희 사무실에서 주변 원룸을 계약하신 분이 이사를 오시는 날 사무실에 잠깐 들리셨었는데, 트럭에 짐이 한가득 실려있는 것을 보고 도와드리겠다고 따라갔었더랬죠. 와 근데.. 2층까지 몇 번 왔다 갔다 하는데 죽을 뻔했습니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를 고객분과 같이 들고 옮기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선생... 님... 잠깐만 멈출까요..?'라고 뱉을 수밖에 없던 제 썩을 저질 체력이 스스로도 납득이 안 가면서 한동안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삿짐 알바 자주 했었는데 그때는 다 계단으로 옮기면서도 특별히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제가 받았을 충격이 짐작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1 스택 쌓인 상태에서 마침 '가짜 사나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의 열풍이 불던 시기라서 특수부대 출신 교관님들의 멋진 몸매를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나도 진짜 살면서 한 번은 운동에 제대로 미쳐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 헬스장도 마땅히 갈 상황이 못 됐고, 제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기초 체력을 다지는 기간을 가질 필요성을 느껴서 집에서 간단하게 맨몸 운동부터 시작해 보자라는 계산이 되었습니다. 

(좌) 작년 9월 30일. 1주차 / (우) 올해 3월 27일, 25주차

기록을 찾아보니까 처음 운동을 시작한 것이 작년 9월 23일이었습니다. 오늘이 정확히 190일째 되는 날인데 중간에 한 주 쉰 것을 제외하고는 평균적으로 매주 5일 이상씩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푸시업 10개를 제대로 할 수가 없는 몸 상태였고, 무릎 꿇고서 겨우 횟수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트당 20회씩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니까, 목표로 하고 있는 세트당 30회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늘고는 있습니다. 

 

당시에는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은 특별히 없어서(운동을 하면 알아서 빠지는 줄) 따로 체중을 기록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제 기억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100kg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체중은 전혀 줄지 않았고, 옛날 사진과 비교해 봐도 겉으로 보이는 체형에는 극적인 변화가 없었습니다.  

 

근데 몸은 확실히 예전보다 가벼워진 것을 느낍니다. 일단 운동량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이 기록상으로 확인이 되고, 힘을 줬을 때 보이는 근육량도 그래도 더 생긴 것 같고, 무엇보다 빠지지 않는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군살이 빠지면서 바지 허리가 서서히 남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운동 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진짜 조금만 더 찌면 바지 안 잠기겠는데..?'라고 고민했었으니까요, 체중이라는 수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몸의 변화는 확실히 있습니다. 


6개월 정도 운동을 하면서 가끔씩 초저녁에 쓰러져서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를 빼고는, 단 하루도 운동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요. 식사를 하면 두 시간 정도는 소화를 시켜줘야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이른 시간에 먹으려고 노력하거나, 저녁에 시간이 애매해질 것 같으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급하게 몇 세트씩 미리 해 놓는 식입니다. 아무데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이 맨몸 운동의 장점이니까요.

 

근데 저처럼 취미 삼아 깔작대는 사람들도 이런 수고가 필요한데, 헬스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스케줄/몸 관리에 철저하다는 것인지 정말 리스펙 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운동하는 기분 좀 내겠다고 이것저것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근데 6개월 정도를 하면서 제가 현재 느끼고 있는 것은,

나 같이 저질 체력인 사람들은 한동안 푸시업만 열심히 해도 기초 체력 키우는데 충분히 효과적이다. 괜히 가짓수 늘린다고 고민하면서 운동 자체가 귀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지 말고, 최대한 깔끔하게 진행하면서 유산소를 적정히 섞자. 분할 운동 같은 거는 나중에 헬스장 다니면서 배우자. 매일 푸시업 세트당 30회씩 x 10세트가 가능해지고, 90kg 초중반 체중이 되면 본격적으로 헬스장 다닐 자격이 있다. 어차피 코로나도 잠잠해져야 되니까, 그때까지는 그냥 건강해질 생각으로 편하게 운동하자.   

정도입니다. 

거울 속에 펌핑된 몸을 보고 있노라면, 운동 후에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여기에는 '야.. 오늘도 진짜 쉬고 싶은 마음 잘 참고, 열심히 했네'라는 자기 칭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매일매일이 쉬고 싶은 마음과의 전쟁입니다. 

 

일주일에 5일 정도만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는 것도, 제가 무슨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몸에 휴식을 줘야 된다는 취지보다는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일주일에 못 해도 다섯 번은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자, 정 안 되면 편하게 이틀은 쉬자'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주에는 3일 이상 쉬면서 나약한 의지에 기록도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 창피한 마음도 크고, '자꾸 변명하지 말고 제발 몸을 움직이자'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하게 됩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몸도 건강해지고, 겉모습만 봐도 사람들이 저라는 존재를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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