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3년 동안 맨몸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들 (매일 푸시업 500개 / 30kg 다이어트 / 추천 이유)

나는 20년 10월부터 맨몸 운동을 의식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너무 귀찮아서 횟수를 후려친 적도, 팔을 다쳐서 2-3개월 휴식을 취한 적도 있지만 단 하루도 '오늘은 어떻게 몸을 움직일까?'라는 고민을 잊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뭐 기껏 해봤자 기본적인 푸시업, 스쿼트, 딥스, 계단 오르기 + 덤벨컬, 최근에 시작한 풀업(뉴트럴 그립) 정도가 전부였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히 버라이어티 한 즐거움을 주는 나만의 취미가 생긴 것이 기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불어난 100kg 언저리의 저질스러운 몸뚱이로, 자존심 다 버리고 무릎 꿇고 푸시업 하며 억지로 세트 수를 채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지금도 운동을 시작할 때면 세트 수를 체크하는 작은 메모장 위쪽에 '웰컴투더지옥'과 같은 자조적인 멘트를 적어 넣고, 오늘도 파이팅 해서 견뎌 보자는 의지를 다지곤 한다. 

 

산산조각 났었던 자존감 덕분에 오히려 처음부터 큰 욕심부리지 않고 정말 차근히 체력을 키워왔던 덕에 작은 변화에 대한 실망보다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첫 1년 간의 목표는 하루 종일 푸시업 300개씩 하는 것이었고, 그 당시만 해도 큰 용기가 필요한 미션이었던 만큼 실제로 성공한 날도 손에 꼽을 것이다. 머지않아 30개 x 10세트씩 편하게 할 수 있는 날이 되면 당연히 나는 몸짱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는 딱 헬린이스런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있던 시절이다.

 

지금은 적어도 주 5일은 시간을 정해서 푸시업 500개씩 하고 있고, 300개 정도만 하고 끝내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후술 할 다이어트의 영향으로 난이도가 많이 낮아지다 보니 횟수가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맨몸 운동만 해서 덩치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는 요즘이기도 하다. 분노의 푸시업으로 펌핑된 거울 속 모습에 '좀 괜찮은데!?' 자뻑하며 셀카를 찍었다가도 진실의 렌즈에 투영된 한없이 매끄러운 자태를 확인하고선 망상의 유리를 깨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유튜브에서나 흔히 보는 철봉 위를 날아다니거나 30~40분 만에 푸시업 천 개씩 하는 분들을 롤모델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밋밋한 몸의 변화에 금세 흥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빠르게 몸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헬스장이 답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본인 또한 몸을 키워 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음에도 방구석에서 푸시업이나 하고 있는 것에는 제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내 일상 속에 녹아 있지 않은 공간으로 새롭게 출퇴근 도장을 찍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피곤한 사치스러운 작업인 것이다. 헬스장에서 정말 만족스럽게 운동을 하고 오더라도 그것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행복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환경은 동일하지 않고, 이유야 어찌 됐든 나처럼 익숙한 환경에서 짬짬이 시간을 내는 것 정도가 그나마 소소하게 자기만족을 채우고 심신을 건강하게 단련해 나갈 수 있는 최선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재밌는 숙제풀이보다는 조금 더 귀찮아진 일상 정도에서 타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맨몸 운동만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이왕 맨몸 운동 위주로 하기로 먹었다면 다이내믹함 보다는 꾸준함을 무기 삼을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깔고 가자. 

23년 12월 현재 몸 상태 / 약 75kg

 

2년 차부터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한때 108kg까지 찍었던 체중이 현재는 75kg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다. +- 2kg 정도는 내가 마음먹는 대로 일주일 내에 조절할 수 있고, 빼면 빼는 대로 찌면 찌는 대로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원판 자체의 문제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호감 가는 인상을 찾기 위한 방황이고, 질적으로 문제가 될지언정 양적인 측면에서는 나는 나의 체중을 스스로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관련 포스팅 - 1년 동안 30kg 감량 후기 「다이어트는 참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선택하는 것」

 

1년 동안 30kg 감량 후기「다이어트는 참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선택하는 것」

매일 체중계에 오르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3개월 정도가 지났고, 거의 30kg를 감량에 성공했다. 첫 달에만 10kg 이상 뺐다가 갑자기 탈모가 생기면서 일부러 5kg 이상을 다시 찌우기

the-clinic-real-estate.tistory.com

※위에 포스팅에 다이어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놨다

 

최근 2-3년 사이에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요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 "지금 정도가 딱 좋아 보여요 더 빼지 마세요"

 

난 진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다 극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주로 했던 푸시업이라는 운동만을 통해서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사실상 60% 식사량 조절 + 40% 계단 오르기의 힘이었다고 봐도 좋다. 단언컨대 다이어트를 하려면 섭취 칼로리를 줄이면서도 무조건 집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집에서 아무리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써 봤자 유지만 가능할 눈에 띄게 감량할 수는 없다.

 

[섭취 < 소모 = 다이어트]라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이치이고, 그렇기에 누구나 굳은 의지에 작은 용기를 더하면 반드시 성공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다. 각자의 목표에 따라서는 오랜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여 주저하고 도망치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일단 시작하면 다이어트 자체는 전혀 겁먹을 상대가 아니다. 

21년 초 100kg 전후 시절 몸 상태 / 계단 오르기 중

 

지금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고 런닝은 취향이 아니라서 유산소를 사실상 끊었지만, 동네 아파트 계단을 어떻게 한 시간씩만 좀 빌려서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계단 오르기는 환경만 된다면 정말 꾸준히 도전해 보시길 추천하는 운동이다. 하체 운동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지만, 무엇보다 어느샌가 폐활량이 좋아져 있는 것이 가장 크게 체감될 것이다. 왜 사람들이 산을 찾아 떠나고 정상에서 들이마시는 시원한 공기의 맛을 잊을 수 없게 되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공감하게 된다.

 

참고로 나는 한동안 거의 매일 최소 150층 ~ 250층씩 계단을 올랐었다. 처음에 몸이 적응할 때까지 힘드신 분들은 층수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래도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오르는 속도를 천천히 늦추더라도 시간을 기준으로 30분 이상씩은 꾸준히 연습해 주셔야 된다.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거친 호흡을 조절하며 시간을 채워 나가시면 된다. 물론 퇴근길에 겸사겸사 한 번씩 꼭대기층을 찍고 오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운동이고, 소소한 뿌듯함이 집안을 채워갈수록 그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어갈 것이다.

 

새해를 맞아서 가볍게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쌀쌀한 날씨에 나간다고 장비에 투자할 필요 없이 세상 편한 복장으로 계단에서 땀을 흘려 보자. 춥다고 불평할 새도 없이 열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어차피 봐야 할 유튜브가 있다면 귀에 이어폰 꽂고 한 층씩 오르면서 괜한 죄책감을 밟아 없애자. 

 

나는 최근 넷플릭스에 빠지면서 TV 앞에서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그 귀찮았던 스쿼트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것이야 말로 맨몸 운동의 존나 좋은 점이고, 우리가 활용해야 될 집중력의 방해 없는 멀티태스킹이다. 맨몸 스쿼트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따스한 등을 내준 채 동네 한 바퀴 할 수 있는 정도의 하체 근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니까. 

 

스쿼트 자세가 완벽하면 무릎 아플 일이 없어야 한다고들 하던데, 난 통증 때문에 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자세에 따라서 자극할 수 있는 곳들도 다르니까 전문가의 영상들을 찾아가면서 다치지 말고 천천히 배워 보자. 

 

사실 내가 75kg 전후에서 체중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이게 원래 내 삶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됐었던 익숙한 체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군대 전역 후 항상 75kg 전후의 다부져 보이는 체형을 유지했었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는 옛 지인들의 입에서는 '살이 꽤 빠진 것 같네?'라는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오히려 '여전히 건강하네?' 라며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나는 분명 평상시처럼 먹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근 3~4년 사이에 살이 급격하게 살이 불었었던 것은 식습관 문제보다는 평소 활동적인 일을 하다가 사무실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틀어 박혀 있기 시작하면서 기본적인 칼로리 소모 밸런스가 무너진 탓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회인들은 건강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도 외면하고, 제한당하고 있는 환경인 것이다. 

 

과식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로운 식사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양껏 덜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추가적인 활동량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와서 뭐라도 운동을 시작해 봐야 되나 하고 건강을 걱정하고 계신 분들의 대부분은 비슷한 고민이지 않을까 하다.

 

사실 우리는 젊은 시절 특별히 쇠질을 하지 않아도 매일 같이 바람을 가르지 않아도, 자유롭던 일상 속에서는 활동적인 체험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균형 잡힌 체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처럼 기본적인 식사량이 많은 대식가들은 당연히 섭취 칼로리를 일부 조절해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맨몸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본인 기준으로는 매일 200~300개 푸시업 +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로 일상적인 체중 유지에는 상당한 도움을 받았고, 이건 매일 같이 운동 일지를 작성하면서 객관적으로 체험했던 내용이다. 아마 장기적으로 보면 근육도 늘어나면서 서서히 체형 변화도 따를 것이기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 

 

눈빛 잃은 회전목마에 올라타 전쟁 같은 하루를 끝없이 반복하며 갉아 먹히는 영혼을 잠깐은 가만히 쉬게 내버려 두고 싶은 것이 퇴근하자마자 소파 위를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의 마음일 테다. 하지만 가끔은 저 푸른 초원을 한없이 자유롭게 뛰노는 상상을 하며 아늑한 나만의 방구석에서 쳇바퀴를 쉼 없이 돌려 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본인은 집에서 운동하면서 난방비도 엄청 아꼈다. 실내 온도는 17도가 적정하다는 결론이다. 

 

굳이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일상 속에서 운동을 시작해 보자. 난 만만한 게 푸시업이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맨몸 운동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명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누적은 무섭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는 것은 천지차이다.

 

나는 건강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항상 말씀드린다. "TV 보실 때만이라도 귀찮음을 이겨내시고 스쿼트 몇 번씩이라도 연습해 보세요. 아니면 그럴 때야말로 방치되고 있는 로잉 머신을 타실 기회예요."  

 

눈과 귀는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다. 어느 것도 포기하지 말고 함께 즐기자. 나는 3년째 반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헬스장을 가지 않았더라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았을까?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 몸이 그렇게 예뻐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주야장천 푸시업만 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대표적인 맨몸 운동 중 하나인 '풀업'을 전혀 하지 않았었기 때문일 거다. 전혀 없는 등 근육을 다시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익숙한 행동만을 반복하며 3년이 흘렀다. 남들이 보면 바보 같다고 놀릴 것 같다. 

 

어찌 됐든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풀업'을 연습한 지 3개월이 되어 간다. 아직은 뉴트럴 그립으로 거의 이두로 땡기고 있지만 진작부터 시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예전에는 체중이 어마어마했었기 때문에 훨씬 더 연습하기가 힘들긴 했을 것이다. 

 

「푸시업 500개 / 풀업(뉴트럴 그립) 100개 / 스쿼트 300개 / 덤벨컬 15kg

 

지금은 딱 네 가지 운동만을 매일 섞어가면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풀업하고 스쿼트만 매일 300개씩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당연한 생각이 든다. 그때는 분명 더 자신 있게 몸의 변화를 사진들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사소한 계기를 통해 푸시업과 함께 맨몸 운동을 시작하였고, 3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평생을 함께 할 소중한 친구를 얻은 듯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마 여러 분들도 각자 다양한 이유로 운동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다가 이 포스팅까지 흘러 들어오셨을 거다. 대부분의 노력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자. 부담 없이 소소하게 시작하자.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노력을 꾸준히 이어 가는 것으로 족하다. 푸시업 10번, 스쿼트 10번으로 멍한 순간을 깨우기로 약속하자. 그렇게 또다시 새롭게 떠오르는 한 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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