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푸시업 500개씩 하며 쓰는 일기, 평범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사무실과 집만을 오고 가는 재미없고 밋밋한 일상,

 

'눈에 띄게 혼자 있고 싶을 뿐', 사실 그렇게까지 외롭지는 않은 나날. 

 

보고 싶은 영화도, 읽고 싶은 책들도 쌓여 가고 있지만,

 

정작 10분 이상 무언가에 집중할 용기는 도무지 생기지 않는 비겁함. 

 

어떤 것을 즐기기에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도 그 자극과 충동은 며칠을 못 가 이내 무료한 마음속에 가라앉는다.

 

쳇바퀴 돌듯 주옥같은 하루는 여전히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인 작은 변화를 통해 능동적인 나만의 소소한 시간을 돌리는 것에 성공한 듯하다.  


나는 요새 거의 매일 같이 푸시업을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한 2~3년 됐을까? 가끔씩 팔꿈치에 기름칠이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를 제외하고는 강박을 넘어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었다. 고객의 방문이 뜸해질 시간이 되면 사무실 한편에 신문지를 깔고 푸시업을 시작한다. 만약 저녁 식사 전에 끝내지 못하면 집에 가서는 도무지 쉴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아서다.

 

많은 청춘들이 그렇듯 군대에서 나름대로 근육을 붙이고 나온 이후로, 헬스장을 따로 다니지 않아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체하지 못하는 폭식으로 100kg 이상이 된 이후, 거울을 솔직하게 대면하기 힘든 거북함으로 시작한 맨몸 운동이다. 

 

처음에는 무릎 대고 해도 꽤나 힘들었고, 쪼개서 틈틈이 해도 하루에 250개 언저리에서 그만둘 때가 많았다. 그러다 1년 전부터 타이트한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에 성공한 뒤로는 개수가 확연히 늘었다. 최근에는 25분 동안 푸시업 500개 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고, 예전보다 집중도가 올라가서 남는 시간에는 덤벨컬도 깔짝이고 있다. 

 

※25개씩 x 20세트 (시간 배분은 그때그때 컨디션에 맞춰서) / 살 빼기 전에는 1시간에 300개 채운다는 생각이었다

※1시간에 푸시업 1,000개 하는 영상들을 우연히 따라 해 봤다가 매일 3~400개씩은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매는 그냥 건강해 보인다는 소리 들을 정도이고, 이걸 지속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크게 부러움 살만한 체형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그저 하루에 한 번씩은 내 몸도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다는 것에, 그리고 그것을 내가 오랫동안 즐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물론 몸을 보다 멋있게 키우고 싶은 욕망이야 크지만, 그렇다고 헬스장은 내겐 아직 사치처럼 느껴진다. 사람들 신경 쓰고 눈치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것저것 챙기려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고, 이래저래 쓸데없는 낭비가 발생한다. 아무도 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은 오히려 날 신경 쓰지 말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래 있던 배경처럼 평범함을 더욱 채색하고자 한다. 

 

 

아무튼 일상 속에서 큰 욕심 없이 내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쳇바퀴 돌리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혼자 남은 사무실 바닥에서 땀을 흘렸고, 나만을 비추는 작은 거울 앞에 서서 괜스레 가슴에 힘을 가득 주고 허세를 떨어본다.

 

'푸시업 무시하지 말아라, 나 지금 뻘겋게 펌핑됐다!'

 

사무실 밖에는 언제나처럼 퇴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자동차 매연과 날렵하게 움직이는 킥보드가 무질서하게 뒤엉키며 서로를 혼돈 속으로 재촉하고 있다. (이 동네는 조만간 큰 사고가 날 법도 한데..)

 

'싀부레.. 이거 조만간에 팔꿈치 맛탱이 가겠는데?' 자조 섞인 말투로 내뱉고, 이마에 땀을 훔치며 물 한잔(단백질 보충제 섞고)을 들이켠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감해 가며 창밖의 사람들을 눈으로 좇아본다. 

 

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캔 따고, 즐겁게 영화 한 편 때리는 상상을 해 보지만 이내 나는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주옥같은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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