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 이야기③』주택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 일본에서의 인식 차이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그래도 정말 다양한 집을 구경하고, 집주인 분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삿짐 알바 -_-v)

 

그래서 지금도 일본의 주택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 있게 귀를 기울이고, 나의 경험들과는 어떻게 와닿는지 한번씩 생각해 보는 것을 재밌어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일본 부동산 등을 다루는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다르게)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으로 인식한다'라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맞아, 진짜 많이 다른 것 같아'라고 막연하게 공감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추론 외에는 딱히 뭐라고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뭐 남의 나라 통계를 열심히 외워서 뭘 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이웃 나라에서는 주택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그 점이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지 이해해 보는 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일본인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주택에 대한 인식(여론조사 및 통계)을 조금 찾아봤는데요. 수치는 귀찮으니까 생략하고 분석 결과만 간단하게 풀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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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 이야기①』원룸, 1K, 코인란도리, 트렁크룸 등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일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8년이라는 시간을 건너가 지냈었

the-clinic-real-estate.tistory.com

 

일단 일본은 주택 임대 시장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아키야'(空き家)라고 하는 방치되고 있는 '빈 집'들이 사회적인 문제로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서는 일본 전체 주택의 약 15%가량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특정 기간의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フリーレント, 프리렌트)가 주택 임대 조건으로서 생소하지 않게 등장하고, 저 또한 받아 본 적이 있는데요. 

 

다양한 조건과 입지를 갖춘 주택을 취향대로 빌리기 좋은 환경이고, 월세 일부를 보조해 주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부터 ~ 30대 중반 정도까지의 대다수는 임대 주택에 대한 현실적인 불만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거나,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맞춰서 더 높은 월세를 부담하여야 되는데요. 이때부터 '이만한 월세를 계속 부담하는 것이 낫냐, 아니면 대출을 해서라도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 맞냐'의 본격적인 저울질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 외적으로도 여러 판단 기준이 작용하겠죠?)

 

결과적으로는 일본 전체 인구의 약 60% 정도가 본인 집에서 살고 있는데요.

 

30대는 약 40% / 40대부터 유의미하게 높아져서 50대 이상부터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자가 소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가 vs 임대를 선택하라고 하면 서로의 장단점은 존재하겠지만, 제대로 직장을 잡으신 분들은 대부분 자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어차피 많은 대출이 필요한 것도 같지만 일본 분들이 조금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집이라는 것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몇 년 버틴다고 시세차익을 받고 주거 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가져가야 할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인데요.

 

최근 부동산 시장을 묻는 여론 조사에서는 '지금 부동산을 사야 한다'(적극 긍정)라고 답한 사람이 6.4%에 불과했다고 하고, 10년간의 통계를 넓게 살펴봐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여론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일본 사회입니다. (물론 부동산 투기/투자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더 재밌는 것은 '지금 주택(부지)을 사야 한다'(일부 긍정)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과반은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를 이유로 드는데요. 이것이 투자의 목적으로 '지금 사서 비싸지면 팔 것이다'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재비가 올라서 건축비 등이 상승할 수밖에 없으니 어차피 살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것이 낫다'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 사야 되는 이유로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주택 론의 금리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정 지역의 또는 압도적인 입지의 물건들은 일부 상류층들이 리드하며 당연히 비싼 가격을 형성할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스러운 가치 평가로 인한 가격의 형성인 것이지, 그것이 스스로 덩치를 키우며 부풀어 오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한번 버블이 붕괴된 상황에서 도심 속 거미줄 철도망을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입지의 중요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평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역세권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10~15분 다니는 것도 일상화되어 있는 길거리의 풍경입니다. 

 

다시 금리 이야기로 돌아오면, 일본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은 상당히 저렴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올해 3월 발표된 일본 6대 은행의 관련 금리는 10년 고정금리 약 1.3% 정도, 35년 고정금리 약 2.07% 수준입니다. 너희가 마음만 먹으면 안정적으로 집을 보유할 수 있도록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투기용 물건의 취득자금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정기적인 실거주 확인까지 조건으로 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이 일하던 20대 중반 친구가 마당 딸린 집을 계약하고 왔다고 해서 그 능력에 감탄하며 부럽다고 했을 때, "물론 기쁘긴 한데 나는 이제 35년 동안 은행의 노예가 됐을 뿐이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 태어날 생명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대다수의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 집 마련입니다.

 

관련 대출 통계를 살펴보면 변제부담률(연간변제액 ÷ 연봉)은 약 15~25%에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례야 다양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계산해 보시면 집을 보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자산 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도 변제부담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받은 후 처음 납부하는 일정 금액(頭金, 아타마킹)을 최대한 높게 설정함으로써 대출 부담을 줄여 놓을 필요가 있는데, 주택 구입 가격의 20~25% 이상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대출을 받으면 만기 시까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죠. 그래서 두 조건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 40대를 앞둔 시점부터 주택 구입이 많아지게 되는 겁니다. 


주거 형태에 따른 선호 차이 또한 주택을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아파트 단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아파트의 개념에도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단독주택(一戸建て) / 맨션(マンション)이라고 하는 두 가지 주거 형태에서 대부분 주거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아파트에 익숙한 저희와는 다르게 일본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대해 훨씬 높은 선호도를 갖고 있습니다. (약 70~75% 비율)

각각 여러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이유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은데요.

 

소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 보다 자유로운 집 꾸미기가 가능하다 / 자산가치를 남기기 쉽다(토지도 함께 소유하기 때문) / 정원이 있어서 / 전용 주차장을 갖출 수 있다 / 방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 맨션 보다 저렴한 편이다 등등

 

주택의 자산 가치 측면에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건물의 감가상각을 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단독주택 경우에는 준공 약 20년이 경과되면 건물의 자산 가치는 10% 정도만 남는다고 봅니다.

 

맨션의 경우에는 구조적으로 훨씬 완만하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 더 매도가 용이하여,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좋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이것이 맨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장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죠. 하지만 단독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언젠가 건물이 사라져도 땅은 그대로 남는데?'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거죠. 

 

결국 얼마나 오를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가격을 방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겁니다. 

 

※참고로 일본의 평균적인 단독주택용지는 30~55평 정도의 직사각형 토지에 건폐율 50~60% / 용적률 150~200% 정도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집에 들어가 보시면 대부분이 상당히 아늑한 공간에, 각 층별로 명확한 테마를 갖고 나눠 쓸 수밖에 없는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필수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계단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좁고 경사가 급한 편입니다. 주방만 있고 거실이라는 개념조차 적용되지 않는 집들이 많은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직접 가꿀 수 있는 작은 정원과, 차고지 증명제도 걱정 없는 주차장 하나 있으면 꿈같은 집이 마련된 겁니다.


오늘은 일본 사람들은 그들이 사고 싶고,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왜 투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었는가? 그 이유를 직접적으로 공부하진 못 했지만 어차피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닐 것이고, 주택으로 돈 벌겠다는 것이 정상인 사회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니까요.

 

저 사람들은 그래도 주택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구나. 주택을 선택할 때 자산의 가치적인 측면을 우리와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구나. 주거 형태는 많이 다르지만 우리도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빈 집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주택을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정도로만 가볍게 읽으시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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