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 이야기②』차고지 증명제와 단독주택(一戸建て)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지난번에 이어서 일본 집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하는데요. 차고지 증명제(車庫証明)와 관련된 내용 위주로 작성했기 때문에 주제가 약간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나만의 이야기】/일본 이야기] - 『일본 집 이야기①』원룸, 1K, 코인란도리, 트렁크룸 등

 

『일본 집 이야기①』원룸, 1K, 코인란도리, 트렁크룸 등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일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8년이라는 시간을 건너가 지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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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우면서 불편하게 느낀 점은 바로 불법 주・정차 문제입니다.

 

도심 속 안타까운 차량 사고들이 전해질 때마다 운전자/보행자 누구의 부주의가 더 큰 가에 대한 논쟁보다 더 불편한 것이 그 현장 바로 옆으로 늘어서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고, 더 심각한 것은 차선 하나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정말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과 시민들이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는 차량을 구매하고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를 증명하기 위한 '자동차 보관장소 증명서(自動車保管場所証明書)'라는 것을 제출해야만 합니다. 흔히 말하는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관장소라는 것은 한국에서 말하는 '공용 주차장 어딘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맨션(공동주택)에 살고 있고, 맨션 내 주차장을 계약 했다면* 주차장 어느 위치 몇 번째 면에 대한 주차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정확한 배치도를 첨부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계약을 맺지 않은 사람이 빈자리라고 아무 곳에나 막 주차해서도 안 되고(위치에 따라 계약가격도 다름), 그럴 필요도 사라지는 것이죠. 따라서 등록된 차량보다 무조건 더 많은 주차장이 확보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건물 내 주차장이라고 하더라도 월세와 별개로 계약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한 달에 5,000~30,000엔 사이)

자동차 보관장소의 구체적인 배치도가 같이 첨부되어야 한다.

주차장이 협소하다거나 차량 여러 대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음과 같은 월 정액 주차장(月極駐車場)을 추가적으로 계약하거나 인척관계의 토지를 빌려야만 합니다. 이게 지역에 따라서는 월 5,000~30,000엔 이상의 주차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엉뚱한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주차장은 차량 소유자 주소지의 2km 이내에서 구해야 하는데요.

 

때문에 마을 곳곳에서 이러한 주차장 사업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투리 땅에 2~3면만 만들어도 안정적으로 용돈벌이가 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아니 뭐 이런 곳에까지 주차장을 만들어났냐? ㅋㅋ' 싶은 장면들도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차고지 증명제와는 별개로 내가 시내에 나와 있거나 출장, 지인 집 방문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와 있어도 이러한 주차장 사업자들 때문에 문제없이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불법 주차를 한다는 것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차 인프로가 잘 갖춰져 있는 일본 사회입니다. 

 

(참고로 일본 도심에서는 차량 유지비가 만만치 않고, 전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목적지 근처까지 이동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굳이 차량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상당히 넓게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끔씩 차량이 필요한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이 일본의 렌터카 산업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이거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물론 주차료를 아깝게 생각하거나 방문지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에서도 불법 주・정차는 일어나지만, 당연시되는 일상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처벌을 받게 되고, 이것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공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다음과 같이 녹색 조끼를 입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시는 주차단속원(駐車監視員)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십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원을 고용하면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될까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경찰서장에게 '방치차량확인업무'를 위임받은 기관에서 나오는 이 분들은 업무 중에는 공무원으로 간주된다고 하는데요.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꽤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용돈벌이 혹은 복지 차원에서 일을 하시는 것 같다는 인상이었으나, 도로 질서를 지키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일하십니다. (물론 업무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눈치껏 인정해 주시곤 합니다) 

주차감시원(駐車監視員)의 활동

(일반 승용차의 경우) 주・정차 금지를 위반하는 경우 조건 여하 상관없이 벌금 12,000엔, / 즉시 대처가 불가능한 상태, 즉 차량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경우를 방치 주차(放置駐車)라고 하여 18,000엔의 벌금이 과해집니다. 

 

이유 없이 불법 주・정차 차량을 묵인해 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웬만한 강심장&부자(벌점도 있음)가 아니고서야... 안 하는 게 맞겠으나 한 해에 전국에서 110만 건 가까이 단속에 걸린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하루에 3,000건 정도라고 하면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겠죠?


저는 참 일본의 단독주택들이 아기자기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데요. 땅값이 비싸서 그런지.. 실제로 아기자기하게 많이 짓습니다. 제가 용도지역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 매매'를 검색해서 잠깐 살펴봤을 때 일반적으로 주택이 올라가는 지역의 경우 건폐율 60% / 용적률 200%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물로 나와 있는 대지들의 넓이가 3~40평대가 대부분입니다. 딱 그 정도면 단독주택 하나 올라간다는 계산인 것이겠죠? 

 

작은 땅을 최대한 활용해서 가족과 함께 지낼 집을 짓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복층에 대한 이상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단층으로 넓은 집에 사시는 분들이 오히려 부자일 수도 있습니다.

 

땅값이 비싼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에서는 용적률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보통 3층 집이 많고 외곽으로 빠질수록 2층 집의 선호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4층까지도 가능하지만 용적률 생각하시면 4층은 상대적으로 더 좁으면서 높게 올라간다고 봐야겠죠. 대지가 작은 데다 계단 면적이 또 빠지기 때문에 층별로 테마를 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면 1층은 식당과 욕실만 있고, 각 층마다 1~2개의 방이 들어가는 식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거실(リビング)이라는 개념이 없는 집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집들은 그림 같이 예쁜 집들도 많습니다만, 제가 평소에 지나다니며 보던 일본의 전형적인 단독주택들은 진짜로 아래의 그림들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앞에 작은 마당이 딸리면 조금 더 여유 있는 집안 같은 인상을 주는 정도입니다.  

일본 단독주택(一戸建て)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차고/

재밌는 것은 그 좁은 대지에도 건폐율 때문에 자투리 공간이 나온다는 것이고, 그 공간이 차고로 활용되도록 설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정원과 꽃을 사랑하는 나라이지만, 주차공간 확보가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죠? 불법주차는 꿈도 못 꾸고, 한 달 주차비만 고정적으로 수십만 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차장 + 좁은 마당을 같이 소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정확히 어떤 설계가 적용되는지는 따로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차고까지 계산에 넣어서 대지 30평 전후면 딱 알맞은 단독주택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한층에 10~15평 정도가 올라갈 것 같은데요. 가족의 공간을 소중히 하는 한국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굉장히 실내가 좁게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 한층을 온전히 거실로 쓰지 않을까요? 그럼.. 안방에 애들 방이 안 겹치도록 4층까지 생각해야 될 것 같고.. 그만큼 더 좁게 올라가야 되고..

 

이렇게 땅 한 평 한 평이 소중합니다, 여러분.


제가 알기로 제주도에서도 조건부로 차고지 증명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용적률 잔뜩 때려 박고 그 대안으로 주차장 없는 세대를 만든다는 공약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먼 미래를 그리고 도시를 새로 계획하기 위해서라도 주차장에 대한 법령 정비와 인식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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