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담겨 있는 '일본어 통번역사전'』일상회화 ≠ 전문적인 통번역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오늘은 그냥 새벽 감성으로 책 한 권에 얽힌 저의 추억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저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이사비용 문제로 대부분의 책들을 정리하고 와서 아직까지도 책장이 많이 비어 있습니다. 정말 버리기 아까운 몇 권만 골라서 가지고 왔었더랬죠. 그중에 하나가 '일본어 통번역사전'(저자 우기홍)라는 책입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 봐 먼저 말해두면, 저는 통번역 공부를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 아닙니다;;)

'90mm 무반동총'이 주특기였다 / 세월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마 2008년도에 구입을 했을 테니까, 13년 정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관리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꽤 오랜 시간에 책장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음에도 이제 책이 찢어지고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 가슴이 아프네요.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에게도 독서와 운동은 무료한 군생활을 달래주는 몇 없는 취미였습니다. 저는 자대 배치받고 얼마 안 돼서 부터 분대장한테 '운동이랑 책 좀 읽고 싶습니다' 요청을 했고, 선임들한테 개념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눈치껏 꽤 이른 시점부터 취미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막내 생활을 6개월 동안 했기 때문에 시간 자체가 많이 보장되지는 않았습니다, 군생활 열심히 하면서 눈치껏 했습니다) 

 

독서는 생활관 내에 적지 않은 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거나 골라 잡아서 읽곤 했지만(군대 특성상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이기는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적이 많았던 것 같네요), 짬이 차면서 나만의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입대 전부터 일본어를 취미 삼아 독학을 했었던 것을 살리고 싶어서, 휴가 때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찾아서 업어 오게 되었던 것이 '일본어 통번역사전'이었습니다. 

 

'통번역'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굉장히 어려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어렵다는 개념보다.. 전문가의 영역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시 중급 일본어 단어장 정도를 외우고 있어야 됐을 제 레벨에 어울릴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까마득한 군생활을 생각해서 처~언천히 하나씩 공부해 보자라는 취지로 일부러 어려워 보이고 흥미로운 것을 골랐었습니다.

10년도 더 된 시절의 일본어 글씨체.  

꽤 폭넓은 분야 전반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대로 정독을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지만.. 그래도 분야별로 관심이 있는 부분들은 대충대충 반복적으로 체크를 했었습니다. '통번역'이라는 표현 때문에 가지고 있으면 내 실력과 상관없이 괜히 어깨에 뽕도 들어가고 하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괜스레 한 번씩 꺼내보곤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군생활과 일본생활,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끔씩 충동적으로 일본어를 다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 번씩 열어보게 되는 책입니다. 

 

표현 자체가 오래되고 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제 곁을 지켜준 책에 대한 예의로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1페이지부터 끝까지 한번 쭈~욱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얼마나 많은 표현을 숙지하고 있을지, 또 얼마나 까먹었을지도 확인해 보고 싶네요.

책을 오랜만에 살피면서 '머리말' 첫 문장에 나오는 표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학연수를 갔다 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흔히 동시통역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 이를 위해서는 많은 표현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간을 읽는 능력과 많은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저도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제 주변에도 통번역 전문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한 번씩 숙제 같은 것을 도와주다 보면 이 분야가 말 그대로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었습니다. 제 실력으로는 도움을 주기가 힘들더군요. 

 

일상 속에 언어라는 것은 각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표현의 깊이가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한국어를 쓰더라도 어르신 들은 젊은 친구들의 언어를 잘 모르시고, 반도체・IT분야 등의 전문용어들이 일상에서 쓰이지 않고, 어떤 표현이 귀에 들리는 것과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매일 같이 신문을 읽어도 생소한 표현들을 자주 접하게 되잖아요?

 

외국어의 경우는 그 격차가 훨씬 심할 수밖에 없죠. 관심사에 따라서는 일본어를 한두 달 밖에 안 배운 사람도 일본에서 10~15년 이상 산 사람조차 잘 접해보지 못한 일본어 표현들을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어라는 것은 절대적인 실력이 있을 수 없고(네가 아는 표현은 무조건 나도 알아!라는 것은 있을 수 없음), 상대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빠르게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는 전반적인 능력을 가지고 그 능력을 평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끊임없이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이 통번역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벤트 회장 같은 데서 전문 통역가 분들의 활약을 보다 보면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감도 안 오고, 평소에 대화 나는 것을 좋아하고 언어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도전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뭐 어찌 됐든 언어라는 것을 잘하면 잘할수록 좋겠지만, 우리 모두가 통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원하는 정보를 보다 편하고 정확하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충분합니다. 


여백이 많네.. 공부 대충 한 거 실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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