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震度)와 매그니튜드(マグニチュード)의 차이점은?」일본 지진의 최대 진도가 7인 이유와 그 구분법

 

지난 2024년 1월 1일, 일본의 이시카와현 노토반도(能登半島)을 진원으로 하는 매그니튜드(マグニチュード) 7.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시카와현의 시카마치(志賀町)에서는 최대 진도 7 관측되었고, 현재 기준으로 최소 202명이 돌아가셨다고 하는데요.

 

이번 재해로 일가족 8명을 잃고 혼자 살아남으셨다는 어르신의 하염없는 눈물 속에서.. 인간은 이렇게나 자연 앞에 무력한데 누가 감히 그들의 슬픔을 헤아리고, 살아갈 용기를 전해줄 수 있을지.. 참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2011년에 발생했던 동일본대지진(東日本大震災, - 사망자 19,729명)은 높이 9m 달하는 벽체만 한 쓰나미의 공포를 전 세계인들의 눈에 생생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저도 마침 그때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지진 발생 순간 거의 집에 다다른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세차게 흔들리는 전깃줄에 '바람이 부나?' 의아할 새도 없이 앞으로 늘어선 주택들이 엿가락처럼 춤추는 듯한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죠.

 

핸드폰과 TV에서는 하루종일 끊임없이 여진 경보가 울리고, 그때마다 수 초내에 집을 집어삼킬 듯이 들이닥치던 여진의 공포는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기억입니다.   

 

도쿄는 진원지에서 약 375km 떨어져 있었고, 이곳에서 제가 느끼던 떨림은 일본식 표현으로 '진도 5강'(震度 5強)에 해당했습니다. 가장 피해가 컸던 도호쿠 지역에서는 최대 진도 7이 관측되었으니 당연히 저보다 훨씬 더 큰 공포를 느끼며 죽음을 맞이하고 슬퍼에 잠겼을 겁니다. 


오늘은 일본에 가신지 얼마 되지 않으신 분들은 약간은 헷갈릴 수도 있는 개념, 매그니튜드(マグニチュード)와 진도(震度)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드리겠습니다. 

'매그니튜드'  /  나무위키 설명 발췌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진원지와의 거리에 관해 없이 해당 지진이 가지는 절대적인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상대적인 단위인 진도는 측정 위치에서의 흔들리는 정도로 규모와는 다르다.

지구 자체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진, 초강진은 모멘트 규모 10.3~10.6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M'으로 줄여서 표기하는 매그니튜드는 지진 그 자체의 절대적인 강도입니다. 지진이 발생시키는 에너지양을 측정한 값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나라마다 측정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보다 정확한 에너지양을 찾는 과정에 불과할 뿐 특정한 힘을 갖고 있는 지진의 규모를 숫자로 나타내기 위한 용도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지진에 비해서 매그니튜드가 0.2 큰 지진은 약 2배, 1.0 큰 지진은 약 32배, 2.0 큰 지진은 약 1,000배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에너지양이 그런 거지 내가 선 땅이 막 1,000배씩 더 크게 흔들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2011년이 동일본대지진으로 매그니튜드 9.0 / 최대진도 7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내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매그니튜드 9를 기록한 동일본대지진이었고, 관련된 영상들은 얼마든지 많으니 참고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러한 거대한 에너지라고 해도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우리는 이를 온전히 전달받을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전구가 동일한 밝기의 빛을 발하고 있더라도 멀리 떨어진 사람일수록 빛을 더 희미하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같은 지진이라고 하더라도 진원으로부터의 거리, 지반이 어떤 구성을 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서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우리는 이걸 흔히 진도(震度)라고 표현하는 것이고,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진도는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 진도 분포

 

위에 사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진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제가 앞서서 동일본대지진이 관측사상 일본 내 역대 최대규모(M9.0)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면 여기서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야 진도가 7밖에 안 됐는데도 엄청 많은 사람들이 죽었구나'라고 말이죠. 매그니튜드랑 비교했을 때 어쩌면 진도 8~10까지도 갈 수 있었다고 착각하시는 건데요. 

 

사실 일본에서는 진도를 총 10단계로만 구분을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0~7*까지 말이죠. 즉 진도 7이라는 숫자는 일본 내에서 현재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흔들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더 큰 숫자는 뉴스에서 보실 수 없으실 겁니다. 

 

※0, 1, 2, 3, 4, 5弱, 5強, 6弱, 6強, 7 - 조금 더 현실적인 재해 수준인 5~6을 각 두 단계씩으로 구분합니다

 

진도 3이 되면 실내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흔들림을 느낄 수 있고, 5弱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공포를 느끼면서 물건을 잡고 의지하고 싶어 하고, 6弱는 서 있는 것이 어렵고 고정되지 않은 가구들은 휩쓸리고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7은 내진설계가 약한 목조건물의 경우 기울어지는 것을 넘어 무너지는 게 더 많아지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도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단계입니다. 

출처  / 仙台管区気象台 - 센다이기상대 배포 자료

 

이 진도는 전국각지에 4,000개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계측진도계(計測震度計)라는 기계를 통해서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세한 지역까지 진도를 구분해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죠.

 

계측진도 ~ 0.5까지는 진도 0 → 0.5 ~ 1.5까지는 진도 1 → 1.5 ~ 2.5까지는 진도 2 → .... → 5.5 ~ 6.0까지는 6弱 → 6.0 ~ 6.5까지는 6強 계측진도 6.5 이상은 전부 최대 진도 7로 나타내는 식입니다. 

 

계측진도 자체는 딱히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더욱 높은 진도를 설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일본에서는 진도 8 이상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걸까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계산상 진도 8에 해당하는 계측진도 7.5 이상의 지진이 여태까지 관측된 적이 없다.

  (애초에 진도 7 구간에 걸치는 계측진도 7 이상의 지진조차도 아직 관측된 적 없음) 

②진도 7 정도만 돼도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진도 8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어차피 똑같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뿐, 방재적인 측면에서 진도를 그 이상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음

 

만약에라도 진도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지역이 진짜 초토화될 수도 있는 국가 위기의 상황이기 때문에 숫자 놀이하면서 대책을 구분할 필요가 사라지는 것이고,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그에 준하는 기록을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이죠. 

 

 

이 정도만 가볍게 알고 계셔도 아마 일본 생활을 하시면서 수시로 겪게 될 지진 속보들을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여러 번 가벼운 지진들은 경험했었지만 동일본대지진 당시만 해도 '이 공포로부터는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구나'라는 것을 작게나마 체감을 했었는데요. TV속의 아나운서들이 침착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떨리는 몸을 그래도 조금은 추스를 수 있는 용기를 냈던 것 같습니다.

 

혹여나 여러분이 생각보다 큰 흔들림을 직접 느끼게 되는 날이 오시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고 안전을 확보하신 뒤에는 뉴스나 안내 방송에 귀 기울이시면서 주변을 살피시는 것이 가장 심신이 안정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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