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유)『왜 다시 토지정책인가? / 정책의 규범적 요건』채미옥 대표님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국토연구원*에 가면 국토분야의 다양한 정보 및 연구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시간이 될 때면 한번씩 들려서 관심 있는 키워드의 보고서를 읽어보곤 합니다. 물론 거시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아직까지 어려운 내용들이 많지만 그래도 전문가 분들의 견해를 참고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설립목적 : 국토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개발/보전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

 

대부분의 연구는 현 정책과 사회현상의 문제점과 시사하는 바를 분석하여, 더 나은 비전 제시 및 정책제안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속 연구원들을 포함하여 관련 산업의 다양한 주체들이 필자로 참여하여 해박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시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하여 탐구하면서 생기는 문제의식을 같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토연구원의 정기간행물인 [월간 국토]의 22년 6월 호가 나와서 간단하게 읽어 보았는데요. 

 

미래국토연구그룹의 채미옥 대표님이 이제 작성하기 시작하신 [토지정책]에 관한 시리즈 칼럼이 흥미롭습니다. 

 

'그간의 훼손된 정책 규범을 회복하면서 시대적 여건 변화에 대응해나가야 할 부문별 제도의 지향점'을 8회에 걸쳐 짚어가는 기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엔 그 첫 시간으로 '왜 우리가 다시 토지정책에 주목해야 하는 것인지?', '토지 정책이란 무엇이고,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토지정책이 규범성을 갖고 사회구성원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토지정책의 여섯 가지 규범적 요건에 대해서 설명하신 부분을 재밌게 읽었는데요. 이 테마는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어도 술술 읽히기 때문에 시리즈 전체를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냥 재미 삼아 읽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추천을 드리고 싶은데요. 그 내용 일부를 발췌*해 왔습니다.

 

(*제가 요약하기도 어렵고, 출처 표기 조건으로 저작권 문제도 없습니다)

 

괜찮게 읽으셨다면 칼럼의 전문도 찾아 보시고, 다른 연구보고서들도 읽어보시면서 같이 견문을 넓혀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토지정책 다시보기, 프롤로그

『왜 다시 토지정책인가?』

 

채미옥(미래국토연구그룹 대표)

「월간 국토」 통권488호 (국토연구원), p101-105

 

<국토연구원, 정기간행물 직접 보러가기>

 

▽토지정책, 규범인가 규제인가?

 

“정책은 국가의 이상과 목적,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현재와 미래의 세부결정을 정해주는 지침이다.”(안해균 1987, pp.63-64) 정책과 제도, 그리고 법은 사회적 규범으로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 사전적 의미를 보면,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규범이고, 제도는 법이나 관습에 의해 세워진 모든 사회적 규약의 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토지정책의 상당 부분은 개발연대의 시장 상황에서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 규제 철폐라는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복잡한 행정절차와 같이 공익 증진보다 부(-)의 효과가 큰 것은 규범이 아닌 규제로서 철폐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와 규범의 혼동으로, 공익에 필요한 제도적 규범도 규제 철폐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데에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정책이 우리 사회가 지키고 따라야할 규범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장 규제로 인식되어 정책의 본질이 왜곡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였다(채미옥 2021, p.39).

 

인간 생존의 기본인 토지는 한정된 자산이라 공적재화이면서 동시에 사적재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 토지의 이용과 개발은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소유권이 거래되는 토지시장은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 하는 시장의 실패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불완전경쟁 시장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헌법 제23조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 재산권은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하도록 소유권의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 정해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지정책은 토지재화의 특성상 토지이용과 개발의 외부효과를 줄이고, 토지 소유 및 거래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사인의 소유 및 이용권, 수익권, 처분권의 일정 부분을 제한하는 것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이용규제, 개발규제, 거래규제, 조세제도 등을 기반으로 하는 토지정책은, 부정적인 규제가 아닌 공익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따르고 지켜야 하는 약속이고 규범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토지정책이 규범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철폐해야 할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지, 그동안의 시행 사례를 점검해보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토지정책,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토지정책의 뒷받침이 있었다.

 

1960년대 토지정책은 토지수용제도와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을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주택용지, 산업용지 등을 공급하여 산업화를 지원하였다. 또한 부동산투기억제세 등을 도입하여 대규모 공공 개발로 나타난 투기와 급격한 지가 상승에 대응하였다.

 

1970년대에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도모하는 계획적 국토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도시화에 따른 녹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발제한구역제도를 도입하였고, 여기서 더 나아가 전 국토에 대한 국토이용계획제도를 도입하여, 식량생산기반인 농지를 보존하면서 중화학공업화에 필요한 공업도시 건설을 지원하였다.

 

1980년대에는 저렴한 택지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공영개발제도를 도입하였고, 투기적인 토지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는 고질적인 투기를 억제하기 위하여 토지공개념제도와 종합토지세제도를 도입하였고, 그 시행 기반으로 공시지가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같은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과 함께 분당, 일산 등 5개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도 발표하였다.

 

1990년대에는 토지이용규제 완화를 통한 대대적인 토지공급 확대를 위해 준농림지역제도를 도입하였고, 등기의무제도와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하여 부동산 소유의 투명화를 추진하였다. 또한 급격하게 진행되는 정보화 추세에 발맞추어 토지정보화사업을 추진하였다. 개별공시지가 전산자료, 토지기록전산자료, 주민등록전산자료를 연계한 종합토지정보망을 구축하여 토지시장 투명화를 추진하였고, 도시계획도, 지적도 등의 도면정보를 전산화하여 오늘날의 한국토지정보망(Korea Land Information System)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나타난 부동산시장 붕괴를 수습하기 위하여 토지수요를 억제하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제 등을 폐지하였다. 또한 「외국인토지법」을 제정하여 외국인의 토지소유를 허용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였다. 부동산 수요를 촉진하기 위하여 소액자본가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부동산투자신탁제도(REITs)를 도입했고, 부동산금융 기법을 도입하여 부동산의 유동화도 추진하였다.

 

2000년대에는 비도시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토이용계획제도를 개편하였다. 한편 부동산소유로 인한 부(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종합토지세를 주택으로 확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주택가격공시제도를 도입하였다. 실거래가신고제를 도입 하여 부동산시장 투명화 기반을 마련하였고, 다양한 제도에 의해 중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토지이용규제를 투명화하기 위하여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을 제정하고 토지이용규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와 같이 토지정책은 경제개발 초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대두된 문제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대처해 왔다. 그 명칭도 때론 토지정책, 때론 지상의 건조물 개발과 결합하여 주택정책 또는 부동산정책, 산업정책, 도시정책에 포함되어 시행되었다.

 

하지만 토지정책의 이 같은 공(功)의 이면에는 과(過)도 적지 않다. 급격한 도시화로 나타나는 도시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도는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땜질식 정책 대응이 적지 않았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후 근본 틀을 바로 잡는 후속적인 제도 보완 노력이 필요하나, 기존 제도의 틀을 보완하기보다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제도 간 중복성, 단절성 그리고 상충성으로 토지정책이 규범이기보다는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정책적 규범 훼손의 문제가 발생했고, 왜곡된 제도 인식과 시장 관성이 자리 잡는 문제가 누적되어 왔다.

 

▽토지정책의 규범성, 어떻게 회복시키나?

 

신제도주의에 의하면 제도는 개인 행위를 제약하며, 제도적 맥락 하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행위는 규칙성을 띤다고 한다(정정길 외 2020, 751). 사람들은 제도적 틀에 맞추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전반적인 제도 틀이 편향되어 있을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편향된 제도 환경에 맞는 행동을 반복하고, 이는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

 

또한 정책목표는 정책을 통하여 이룩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상태 (desirable state)로서 미래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정정길, 이시원, 최종원 외 2020, p.37). 정책이 사회변화에 맞게 미래지향적인 정책목표와 시행기준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정책은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정책이 규범성을 갖추고 규범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이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책 목적, 정책 수단, 제도적 기준, 그리고 시행 방법 등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투명하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의 규범적 요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채미옥 2021, pp.38-39; pp.49-59).

 

첫째, 지속 가능한 합목적성을 가진 정책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가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되면, 제반 부동산 관련 제도들이 주택가격 상승 억제 수단으로 경도되어, 개별 제도 본연의 기능과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책의 목적은 가격상승 억제가 아닌 시장 기능의 정상화에 두고, 전반적인 제도 틀이 상호보완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여 시장 기능에 의해 가격 폭등과 폭락이 아닌 적정한 수준의 가격 오르내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연관되는 정책과제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정책의 종합적 균형성이 있어야 한다. 토지 및 주택가격은 금리, 통화량, 교육, 복지, 지역균형발전 등 제반 사회경제적 요인 및 정책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당면한 개별 정책과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어 다른 부문의 문제를 심화하는 것은 규범성을 갖춘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그 예로,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 등은 개별 정책의 당위성만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정책,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대책과 상호 정합성을 이루는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도 필요하다. 이를 충분히 감안 하지 못할 경우 정책 간 상충성으로 인해 정책 규범이 훼손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셋째,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시행 기준과 제도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는 개발이익환수가 제도의 근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억제 수단인 것 처럼 활용되고 이해되어 제도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더구나 개발손실보상은 고려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에 경도된 제도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 이 작동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갖춘 개발이익환수제도와 개발손실보상제도를 구축하여, 사회 구성원이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고, 보전지역 내 주민이 상대적 박탈감 없이 규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넷째,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 수단과 시행 기준의 합리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는 도입 당시 설정된 시행 기준의 합리성만이 아니라, 정책 시행 후 여건변화에 맞게 시행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제도 운영의 합리성도 포함한다. 최근에 종합부동산세의 부과대상과 가액기준 등이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되지 못하여 제도 존폐 논의까지 이어졌던 것이 그 단적인 사례이다.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할 가격대의 주택까지 과세대상에 포함되고, 급격하게 조세부담이 증가하여 조세부과의 적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은 부동산시장 여건 변화에 맞게 조세부과 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다섯째, 정책은 현실의 문제 대응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시대적 변화에 맞게 나아갈 수 있도록 미래지향성을 가질 때 규범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은 사회를 퇴보시키고 시장의 실패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농촌과 산촌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농지와 산지도 고유한 기능이 있다. 개발연대 사고에 기초하여 도시 중심의 도시와 비도시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국토관리의 틀과 아날로그적인 제도를 기후 변화, 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 메타버스(Metaverse)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여섯째, 정책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정확하게 알리고, 기능에 맞게 운영하여 정책의 기본적 틀과 기능을 지켜야 한다. 공시가격제도는 조세수단이 아닌 다양한 공공행정에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이고, 세부담 조정은 시장 사황에 따라 공정시장가격비율, 과세대상 가액기준 등의 조세적 수단과 기준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임대차신고제도는 전월세시장을 투명화하여 전월세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기초정보제도이다. 세부담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 요구되고, 임대차신고제가 임대차시장을 혼란 시키는 임대차 3법에 엮여 폐지대상으로 거론되는 오해를 불식하는 것도 정책 본연의 틀과 기능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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