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규제의 효과와 부작용』임대료 상한제와 '부동산 경제학'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임대료 규제는 전쟁을 빼면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15년간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장을 지냈던 아사르 린드벡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

 

Q. 다음 중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면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 것은?

① 임대 주택들의 질이 올라간다.

② 공급되는 임대 주택의 양보다 수요가 많아져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③ 세입자들의 주거 이동이 줄어든다.
④ 건물주 등이 임대 주택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⑤ 기존의 임대 주택이 상업용 부동산 등 다른 용도로 바뀐다.
정답은 ①, '임대 주택들의 질이 올라간다'입니다. 해설에는 "보기와는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면 임대 주택의 질이 떨어진다"고 돼 있습니다. 경제학적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너무 싱거운 문제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편향된 엉터리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산업인력공단이 출제하는'제7회 공인중개사 시험'(1993년) 기출문제를 좀 더 쉽게 풀어쓴 것입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는 거의 매년 반복해 출제됩니다. 해당 내용이 '부동산학개론'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고, 더 나아가서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기 때문입니다. <맨큐의 경제학>을 비롯해 대부분의 경제학 원론서의 앞부분에는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예로 주택 임대료 규제가 언급돼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성수영 기자님 / 20. 8. 3. 

위와 같은 재밌는 뉴스들이 많이 있고, 그 대부분은 임대차 3법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도 그와 비슷합니다.


제가 최근에 부동산과 관련해서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고, 지금도 공부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부동산 경제학(3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님이 도시경제학을 전문분야로 하시는 김경환 교수님과 같이 작업을 하셨는데요.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꽤 있지만, 굉장히 깊이가 있고 논리적으로 학문적인 접근이 가능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자칭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쏟아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진심으로 이걸 돈 내고 읽으라고 만든 건가?' 싶은 전혀 창의적이지도, 전혀 혼자만의 노하우도 아닌 상식적인 내용들만 담고 있는, 그렇다고 전혀 노력도 들이지 않은 대부분의 실망스러운 양산형 부동산 서적들과 어나더 레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뭔 놈의 책들이 그렇게 비싼지...)

 

투자 노하우 같은 것들을 담은 책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과, 그와 관련된 경제학 원리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제가 부동산 상식이라는 카테고리에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부동산 경제학』의 내용 중에는 '임대료 규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일반적인 경제이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경제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 상황에서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발췌해 왔습니다.

 

임대료 규제의 효과와 부작용

 

(생략)

   

임대주택의 스톡을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다. 일례로 임대업자는 임대기간 만료 후에 계약갱신을 거부함으로써 임대료 규제를 회피하려 하고 그 결과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주택소유자들은 새로운 임차인에게 시장임대료를 다 받고 임대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며, 허용되지 않는다면 주택을 매각하거나 자신이 거주하기 위해 임대시장에서 주택을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기존 임차인의 임차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임대인 자신이나 가족이 집을 사용하려 하거나, 긴급한 경제사정 때문에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쉽게 임차인을 퇴거시키지 못하는 규제가 그 예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계약서의 임대기간 조항이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임대기간 중간은 물론이고 임대기간 종류 후에도 임차인을 퇴거시키기가 어려워지고, 이 때문에 임대인이 임대주택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임차인 보호규정들이 기존 임차인뿐 아니라 새로운 임차인의 임차권을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가외의 목돈(key money)을 부과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임대료 규제의 효과가 달라진다.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다면 시장임대료와 규제임대료 차액의 현재가치를 프리미엄으로 받음으로써 임대료 규제의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종의 암시장(black market)이 작용하는 것이다.

 

프리미엄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임대업자는 공실이 발생할 때 더 이상 임대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스톡은 점점 줄어든다. 주택 매매시장에는 가격규제가 없고 임대시장에서만 임대료 규제가 가해져서 양 시장에서 자본의 수익률이 매우 다르다면, 임대주택을 개조하여 매매시장에 내놓는 것이 보다 나은 수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임차인 보호조치가 장기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스톡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규제장치가 필요하며, 대표적인 것이 임대주택을 개조하여 매각하는 행위를 막는 규제이다. 이 규제하에서는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대주택은 그대로 임대주택으로 남아있어야 하며, 임대인이 재산권을 행사할 여지는 매우 작다.

 

굳이 임대사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유지・보수를 중단하여 주택이 서서히 퇴락하여 마침내 안전이나 위생상 거주하기에 부적절한 상태에 이르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대안마저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임대인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임대주택의 적절한 유지・보수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시행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부 극단적인 집주인들은 주택에 불을 지르기까지 한다.

 

임대료 규제는 단지 가격규제일 뿐이 아니라, 임차인 보호, 임대주택 스톡 유지, 주택의 유지와 보수 등에 관련된 광범위한 규 제체계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규제는 임대인, 임차인, 또는 양자의 재산권과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 또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복잡한 사정을 모두 포괄하는 객관적 규정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무원이나 이해집단 대표자들에 의한 행정처분들이 제도 운영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인데, 여기에서 각종 부조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임대료 규제가 아무리 정교한 보완 조치를 취하더라도 임대사업의 수익성 저하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양과 질을 낮춘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뉴욕시의 임대료 규제로 인한 임대인의 피해는 임차인이 받는 혜택의 두 배에 달한다. 임대료 규제가 장기에 걸쳐 엄격히 시행될 경우 임대주택의 스톡이 줄어들어서 결국 소수의 임차인만이 혜택을 보고 많은 다른 저소득층 가구가 큰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임대료 규제의 궁극적인 폐해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명제보다도 경제학자들 사이에 확고한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 있다. 1992년 미국 경제학회의 설문에 의하면 회원의 93%가 "임대료 상한은 주택의 질과 양을 저하시킨다"라는 명제에 동의하였으며, 거의 모든 경제학 입문 교과서에서 임대료 규제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통해 수요-공급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많은 도시에서 임대료 규제가 존속하는 것은 그 부정적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으며, 정부의 재원에 의존하지 않고 부유한 임대인으로부터 가난한 임차인으로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명분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면서도 임대료 규제의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들도 있다. 예컨대 기존 임차인이 떠날 때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으로부터는 시장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그 예이다. 이런 소위 2세대 임대료 규제는 전통적인 규제의 부작용을 다소 줄일 것이다.

 

김경환・손재영, 「부동산 경제학(제3판)」, 건국대학교출판부(2020), p13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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