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에서 점심을 먹다!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오늘 평택시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확실히 많이 쌀쌀(?)해졌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셔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오랜만에 사무소 주변의 함바집에서 5,000원이라는 싼 가격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뷔페식이라 양껏 다양한 반찬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요, 고기반찬은 기본인 함바집 이렇게 장사해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지제동 맛있는 추천 함바집, 선이네. 평택시 지제로 102,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오늘은 무슨 포스팅을 해볼까? 고민이 많이 돼서 '함바'집 (건설현장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온 겸 함바집에 대해서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다들 '함바'집이라는 표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사실 얼마 전에 처음 들었던 표현이었어요. 저희 사무실이 위치한 지제동은 삼성전자 현장과 가까워서 협력업체분들이 많이 지나다니십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함바' 집에서 식사를 주로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냥 기사식당 같은 개념으로 현장분들이 많이 찾는 맛집? 같은 개념이구나 정도의 이해만 하고, 그 어원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정말 문득.. '함바' ? 함...바..? 어? 飯..場..? 혹시 내가 아는 그 한자들의 조합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이것이 일본어식 표현의 잔재였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제가 왜 이 표현이 일본어였다는 사실을 왜 그렇게 늦게 눈치챘느냐?라고 물으시면, 일단 제가 일본어로서 飯場라는 표현을 미처 알고 있지 못했다는 공부 부족의 측면을 우선 인정합니다. 그리고 제 나름대로 항변하는 부분은 '밥이라는 뜻의 飯' 의 음독인 はん(항) + '장소를 뜻하는 場' 의 훈독인 ば(바) 의 합성어로 함바라고 발음을 하시는데요, はん이라는 부분을 상황에 따라서 '한,항,함'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을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일본어에서 밥이라는 뜻에 ご飯이라는 표현을 쓸 때, '함'이라는 발음을 쓰지 않거든요. '항'이라고 발음하셔야 하죠. 그렇다 보니 저는 제가 모르던 표현이었던 함바의 함이라는 발음에서 飯이라는 한자를 유추하는데 약간에 에러가 걸렸던 거 같아요. ㅎㅎ;; 그냥 변명이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한국에서 '함바'는 건설현장 내에 위치한 임시 건물 형태의 식당, 혹은 현장 주변에 노동자분들을 타깃으로 만든 식당 등을 통칭하여 부르는 건설현장 용어로써 쓰이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용어로 검색하니까 엄청나게 많은 단어들이 나오는데, 건설현장에는 일본어의 잔재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네요;;;) 


1920년대에 쓰이던 '飯場'(함바) 를 재현하여 건축한 건물  

'飯場' 일본에서는 어떤 뜻으로 쓰이고 있을까요? 가장 해설을 길게 쓰고 있는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을 제 나름대로 번역을 해 봤습니다. 

'飯場'(함바)는 광산 노동자나 대규모의 토목공사・건축현장에서 작업원용 급식 및 숙박 시설을 부르는 말입니다. 현재에는 시내에서의 건설공사현장의 (숙박은 제공하지 않는) 휴게실과 식당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청결함이 부족한 (약간 지저분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만드는)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에 약간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위키피디아 일본어판

기본적인 의미로는 한국에서 쓰는 표현과 같습니다만, 일반적으로 교통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산 속 광산이나, 외진 공사현장에서는 돈을 좇아온 외부 노동자들이 숙식을 해결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飯場’(함바)가 탄생한 배경이죠. (그래서 식민지 시절에 노동자원으로 끌려갔던 저희 선조들도 '飯場’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고, 자유를 얻게 된 이후에도 이 함바가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터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무한도전에 나와서 유명해졌었던 교토의 우로토 마을 같은 곳이 대표적이죠.) 당시의 사회적 풍토에서 이러한 육체노동자들에게 좋은 건물을 지어줬을 리는 만무하고, 조잡한 형태의 건물들이 많았고, 그 시절에 많이 쓰이던 표현이기 때문에 그러한 위생적이지도 튼튼해 보이지도 않는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전해져서 지금도 약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죠.

 

요즈음은 광산, 그 자체도 줄어들었고 숙식을 필요로 하는 외부 노동자들도 많이 감소했죠. 거기에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현장의 안전관리에도 바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飯場’ 의 시설향상(예를 들면, 1990년대부터는 飯場에 냉난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됨)과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식변화의 일환으로 지금은 공사현장의 숙박시설들을 '飯場'라는 부정적인 느낌의 표현을 대신하여, 일반적으로 宿舎(숙소) 혹은 寮(기숙사)등의 표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네요.

 

네 오늘은 함바라는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는데요. 저도 정보를 찾아보면서 공부가 되는 부분도 많이 있어서, 가끔씩 일본어 표현에 대한 포스팅도 담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일본의 공사현장에서 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 건설현장에서 통용되는 일본어의 잔재들도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혹시나 잘못된 정보가 아닌가 하여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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