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발음 교정에 대한 고찰』한국어스러운 일본어?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외국어를 배우시는 분들에게 원어민처럼 자연스러운 발음을 갖는다는 것은 항상 큰 도전과제이며 작지 않은 고민거리입니다.

 

저는 특별히 큰 목표가 있으신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원어민과 구분이 안 될 정도까지 발음을 교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게 보통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죠. 후술 하겠지만, 그 문화권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왜 다른 발음이 나는지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합니다. 

 

제가 공부했던 일본어를 기준으로 제 주관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정말 언어적으로 타고 난 친구들이 100명 중에 1명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하기의 천재 같은 느낌으로 스펀지처럼 있는 그대로 흡수해 버립니다.

 

그리고 50명 중에 2~3명만이 꾸준한 연습 혹은 일본인 틈에서 동화되어 네이티브에 가까운 발음과 억양을 마스터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일본어를 아무리 잘하는 친구들이라도 대부분은 외국인으로서의 일본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몇 년씩 거주하며 한국어 패치가 완료됐다는 외국인 패널들을 보면서,  '와.. 외국인이 어떻게 저렇게 한국어를 잘하지?'라고 감탄할지언정, '외국인인 줄 몰랐네.."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유학생분들이라면 얼굴을 보지 않고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중국 사람이 하는 일본어네',  '아 주변에 한국 유학생이 또 있나 보네',  '서양사람인데도 일본어 잘하네'라는 식으로 거의 구분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얼굴, 패션, 화장법 같은 걸로 어느 나라 분인지 대충 추측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각 모국어의 영향을 받는 체화된 습관들이 존재하는데, 많은 분들이 모국어를 사용할 때와 일본어를 사용할 때를 구분해서 습관을 잘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언어인데도 사투리를 고치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자주 보지 않습니까?

 

모국어와 일본어(외국어) 사이에 전환 스위치 같은 것이 있는 친구들, 마치 연기를 하는 듯이(때로는 무섭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갑자기 톤이 달라지는 친구들이 훨씬 더 자연스러운 일본어(외국어)를 구사하죠. 의식적으로 '일본어 모드닷!' 하고 스위치 온! 할 수 있는 분들일수록 발음의 차이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뭐가 다른 지 알아야지 스위치를 바꿔 누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안 되면 그냥 한국어 하듯 일본어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어의 경우는 특히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일본어는 한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발음도 비슷하기 때문에 기초 문법과 단어들만 알면 의사소통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죠. 여행을 가서 '내가 하는 발음으로도 다 알아듣네?'라는 자신감이 가장 빨리 붙을 수 있는 언어일 겁니다. 하지만 비슷한 발음 때문에 오히려 '스위치 온(교정)' 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예를 들어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할 때면, 저희는 일단 혀를 많이 굴려야 영어스러운 발음일 것이다라는 착각 때문에 일단 굴리려고 많이 노력을 하게 됩니다. 정확히 어떻게 발음하는지 긴가민가하지만, 그래도 일단 굴리고 보는 것이죠. 원어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나름대로 영어스럽게 말해야 한다는 의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어로 대화할 때는 그런 의식 자체가 부족합니다. 한국인이 느끼기에 (한자를 접하기 전 까지는) 굉장히 라이트 한 언어인 겁니다. 교재들을 보면 보통 따로 발음기호가 없이 한국어 발음으로 적혀 있지 않습니까? 한국어 그대로 따라 읽어도 발음 때문에 생기는 오해는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일본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어를 써 준다는 고마움에 '친구, 일본어 잘하네!'라고 칭찬해 주는 경우가 많죠. 그런 케이스가 쌓이다 보니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분해서 발음을 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잘 생기지 않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초반에 (정확한 발음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한국어스런 일본어에 습관이 들게 되고, 아는 단어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한 억양을 흉내 낼 수 있어질수록 스스로 일본어를 잘한다는 자신감에 빠져 (어색한) 발음에 대한 인식은 점차 옅여지고, 습관은 더 무섭게 자리 잡아갑니다.

 

외국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외국어 잘해지는 거 아니야?라는 착각만큼, 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음도 좋아지겠지?라는 것 또한 세상을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인드입니다. 억양 같은 것은 흉내를 내며 상당히 좋아질 수 있겠지만 발음이라는 것은 한 번 잘 못 습관을 들이면 점점 교정하기가 힘듭니다.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과 자연스러운 발음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일본에서 많은 한국인 분들을 만나 뵙지만, 3~40년씩 일본에서 사셔도 이제 반년 정도밖에 안 배운 친구들보다 발음이 어색한 경우 허다합니다. 초반에 습관을 어떻게 들이냐에 따라서 몇십 년의 발음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일본어를 배우면서 크게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 초반에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 그만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한국어와 다르게 발음해야 하는 일본어를 의식해서 연습하시는데 시간을 투자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효과적인 공부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저도 일본어 발음이 별로 좋지 않은 편입니다.. (응?)

 

그리고 저는 발음이 잘 안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았습니다. 이 발음이 아닌 것이 알면서도 제대로 그 소리를 따라낼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자격지심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는 'つ'라는 발음(작은 っ, 촉음을 포함)이 저한테도 항상 큰 난관이었습니다. 

 

원래는 이번 포스팅에서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풀면서, 제가 어떻게 'つ' 발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드리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요. 

 

앞에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일단 '일본어 발음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라는 느낌으로 마무리 짓는 걸로 하고, 다음 시간에 제가 참고했었던 일본어 발음 교정 방법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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