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사카 유학・여행, 『나가호리바시 & 시마노우치』는 어떤 동네?
- 【나만의 이야기】/일본 이야기
- 2020. 1. 13.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오사카로 유학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신 분들이 숙소를 구하는데 참고하시면 좋겠다 싶어서, 제가 직접 살았봤던 동네 주변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가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정착했었던①『덴가차야, 天下茶屋』에 대한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②『나가호리바시, 長堀橋』와 『시마노우치, 島之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관련 포스팅】 - 6. 오사카 유학・여행, 나는 어디에서 지냈나? 『덴가차야』
②『나가호리바시, 長堀橋』 역에서 도보 2분 편의점 건물 2층, 월세 52,000엔
제가 오사카 난바 주변, 옛 오사카의 중심지였던 센바(船場)라는 곳에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 유래가 되어 현재 흔히 미나미(南)라고 부르는 지역에 위치한 한국음식점에서 2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당시 덴가차야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1년 정도 하고 있었는데요, 아는 형님이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돼서 귀국짐을 정리하는데 난처해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형님이 살던 곳이 나가호리바시였는데요, 완전 시내이고 일 하고 있던 가게에서 걸어서 7~8분 밖에 안 걸리는 곳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뒷정리 다 해드리는 조건으로 형님 명의 그대로 이어서 살기로 하고 이사를 왔던 곳입니다.
나가호리바시는 남북으로 지하철 사카이스지선(堺筋線, 갈색선)과 동서로 츠루미료쿠치선(鶴見緑地線, 연두색)이 지나는데요. 사카이스지선 같은 경우는 저번 포스팅에 많이 말씀드렸으니 그쪽을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츠루미료쿠치선 같은 경우는 JR라인과, 교토 가실 때 이용하시는 케이한(京阪線)라인으로 환승이 가능한 교바시(京橋)역, 오사카 중심 번화가 신사이바시(心斎橋)역, 오사카 돔(교세라 돔)이 있는 도무마에치요자키(ドーム前千代崎駅)역 정도가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사카 중심지에서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이 자유롭다는 큰 장점이 있는 곳이죠. 오사카 시내가 엄청 넓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요, 일상 생활은 자전거만 타고 다녀도 충분할만큼 중심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하철 전체 노선도를 봐도 나가호리바시가 거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나가호리바시의 명물이라고 한다면, 일본에서 가장 넓은 지하상가로 유명한 『크리스타 나가호리, クリスタ長堀』가 있습니다. 나가호리바시역에서부터 신사이바시역을 지나 요츠바시(四つ橋)역까지 대로변을 따라서 세 개의 지하철 라인을 걸쳐 펼쳐지는 쇼핑・문화 공간인데요. 다양한 패션・잡화 매장과 음식점들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대로변의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명품거리・상점가 등을 잇는 지하통로 같은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요 항상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신사이바시에서 놀다가 나가호리바시로 돌아올 때는(특히 비올 때..) 일부러 이 곳을 지나다녔었는데요. 나가호리바시쪽에도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요, 이 곳에서 지낼 분들은 크리스타 나가호리를 통해서 신사이바시쪽으로 이동을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적들도 들어와 있으니까요 점심 드시러 가 보세요~)
제가 나가호리바시역과 워낙에 가깝게 살아서 나가호리바시라고 표현을 했지만, 사실 주소상으로는 시마노우치(島之内)라는 동네인데요. 제가 저번 포스팅에서 다이코쿠쵸(大国町)라는 곳을 설명할 때도 말한 것처럼, 오사카에는 숨겨진 코리안 타운이 많이 있는데 이 시마노우치라는 곳에도 굉장히 많은 한국분들이 살고 있습니다. 왜 많이 살까요?
정확한 유래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살면서 느낀 것은 우선 유학생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이라는 평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일본어학교들이 주변에 있어서 통학이 편리하고, 길건너 도톤보리쪽으로 가면 일거리와 놀거리가 풍부하다 못 해 넘쳐 흐르고, 기존에 한국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이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 조건이 잘 맞는 경우가 많고, 주변에 한국음식점과 식료품점이 있어서 고향음식 덜 그립고,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품질과는 별개로..) 타마데(玉出)라는 대형마트도 시마노우치 안에만 두 점포가 들어와 있고... 등등의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중국인들도 엄청나게 많이 사는 동네인데요. 도톤 플라자(DOTON PLAZA) 라는 종합 면세점이 대로변에 생기면서 외국인들로 더욱 더 정신 없는 동네가 되버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도톤보리 근처에 한국인들이 많이 일하는 화류계 거리가 있다는 것인데요. 여행 가시면 필수로 들리는 도톤보리 있지 않습니까? 그 곳에서 도톤보리 강을 건너 북쪽으로 한 두 블럭 올라가면 바로 화류계의 거리가 펼쳐지는데요. 저는 이런 곳을 안 다녀봐서 여러분들이 화류계라고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실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생각하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크라브(クラブ)라고 부르는 여성분들이 접대해주는 고급 술집에서 일하시는 젊은 여성분들이 많은데요. 조금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은 스나쿠(スナック)라는 더 작고 저렴한 분위기의 술집으로 옮겨가거나, 모은 돈으로 가게를 오픈하면서 제 2의 인생을 꿈꾸시죠. 난바 주변을 묶어서 이 지역을 미나미(南)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서 미나미 크라브에서 일한다고 하고, 술집을 떠나서도 전성기 시절에 영화와 같던 삶을 누리던 그 기억을 못 잊고 이 주변을 계속 서성이는 사람들을 보고 '미나미의 유령' 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길거리를 서성이거나 야채 들고 나와서 파는 척하면서, 만취한 호구 손님들 끌고 지인 스나쿠로 데리고 가서 돈 받아 먹는 한국 아줌마・할머니들 주변에 많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스나쿠 같은 경우는 유학생들도 자격외활동 허가를 받으면 일이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요, 순수한 마음으로 일하실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은 당연하고요. 크라브 같은 경우는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적발시 추방 당하게 되는 불법노동에 걸립니다. 한국인 크라브 같은 경우 1~2명을 빼 놓고는 종업원들이 전부 다 한국인인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이 유학생 비자・무비자로 입국해서 불법으로 취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속할려고 하면 다 잡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리 소문을 흘리고 단속을 나오는 걸 보면 커넥션들이 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여기에서 일하는 화류계 노동자(?)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유명 음식점에서 일을 했었고, 배달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웬만한 주변 크라브・스나쿠・바는 다 들어가 봤고, 많은 술집 누님들을 봤었는데요. 진짜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한국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제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유학을 왔다가 시급을 많이 준다는 꼬드김에 이 길에 빠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제가 아는 지인들도 몇 명 일하고 있더군요.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더랬죠. 사실 누님들은 크라브 안에서 나올 일이 없고, 유학생들이 고급 술집에 들어올리가 없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지인을 만날 일이 없다고 안심하고 일하는 젋은 친구들이 많죠.) 홀 매니저 같은 경우는 한국인 남자들이 들어가는데요. 일반 유학생들 같은 경우는 하루 5~6시간 근무하고, 평균적으로 월급 20만 엔 + 팁 10만 엔 정도 벌어가는 것 같더라고요(술집에서 일하다보니 안 좋은 영향들도 어쩔 수 없이 많이 받습니다). 어린 나이에 일본인 여자와 결혼해서 자리 잡은 사람들이 당장에 기술은 없고 많은 돈이 필요할 때, 매니저로 들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영주권을 들고 있기 때문에 단속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높게 쳐 주거든요. 그 중에서도 경력이 좀 쌓여서 단골 손님들이 있는 사람들은 '전무' 라고 불리면서, 크라브 앞에 나와서 어슬렁 거리면서 낯 익은 손님들에게 사장님 들어오시라고 호객행위를 합니다. 이 거리에서 한국인 같이 생겼는데 정장 입고 나와서 뒷짐 지고 어슬렁 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절반 이상의 확률로 크라브 전무 일 겁니다.
이 곳에서 일하면서 술 취한 누님들의 대화를 엿듣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많고,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가 싶다가도, 참 정나미 떨어지는 상황도 많이 겪었던 것 같습니다. 뭐 미나미 화류계에 대해서는 저도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보니 다음 기회에 포스팅을 따로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이 미나미 화류계에 엄청난 한국인들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이 사람들을 위한 한국음식점과 미용실, 옷 가게들이 쭈~욱 들어서 있는데요. 오사카에서 가장 큰 한국음식점으로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공연 후 뒤풀이 등으로 자주 들리는 한일관(韓日館)이라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낮 장사를 안 합니다. 화류계 누님들이 보통 저녁 7시 쯤에 출근해서 12시 쯤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음식점들은 대부분 저녁 6시 오픈해서 새벽 3~4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이 곳에서 머무르게 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동이 편한 곳으로 모이게 되면서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시마노우치라는 동네에 자리를 잡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인 것이죠. (유학생 비자로 일을 하고 있는 누님들 같은 경우는 일본어 학교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입학심사가 까다롭지 않기로 유명한 모 일본어학교와 가깝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순수한 유학생분들에게는 이 일본어학교를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찌됐든! 정리를 하자면, 나가호리바시 주변과 시마노우치 안에서 숙소를 구하시는 여행객분들이 있다면 저는 좋은 선택이라고 추천드립니다. 오사카 어디로든 이동이 편한 교통환경을 갖췄고,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상점가로 대표되는 오사카 최대 번화가에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접근이 가능합니다. 시간 신경 안 쓰고 밤늦게까지 놀고 먹어도 숙소에 걸어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엄청 큰 장점이잖아요, 돈키호테 같은 곳도 새벽시간에 이용할 수도 있고요. 주변에 대형 슈퍼마켓도 다양하게 들어서 있고, 한국마트들도 있기 때문에 호텔 안에서 가볍게 한 잔 하기에도 선택지가 많죠.
하지만 유학생을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굳이 여기에 살아야 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여기가 한국인가, 일본인가 구분이 안 갈 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요즈음은 중국에 가까울 듯..) 물론 외로움을 덜 탈 수 있는 주변환경이고, 일본어를 잘 못 해도 일자리를 구할 곳이 많은 동네입니다. 그렇다해도 어차피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가끔씩 들리게 되는 동네이고, 이 곳에 사는 지인들도 많이 생길텐데요. 초반부터 본인이 이 곳에 정착을 해 버리면, 나중에 이 동네에서 벗어나기가 굉장히 어려워 집니다. 그리고 유학의 목적을 잊고, 한국인들하고만 어울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어차피 자전거 타고 5~10분 벗어난다고 생활하는게 더 불편해 질 것도 없고, 따로 소속감을 느낄 것도 없기 때문에요. 단 몇 블록을 벗어나더라도 시마노우치 보다는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시길 추천드립니다. 한국인들과 약간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동네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회사원들이 더 많이 사는 동네로 올라가기 때문에 일상의 패턴이 더 규칙적이고, 분위기 있는 카페들도 많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곳들이죠. 번화가 주변은 일반적인 주택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에 따라서 전체적인 동네 분위기가 결정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마노우치는 유학생들에게 그렇게 추천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유학 경험을 이야기 드릴 때는 항상 잡담이 많이 들어가서 정리하기가 힘드네요.. 앞으로는 진짜 포스팅 주제에 맞는 내용만 잘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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