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본유학 집구하기, 나는 어떻게 집을 구했었나? -도쿄-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지금 소속 공인중개사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일본에 있을 때도 한 번씩 이사 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원룸들이 나와있나? 취미 삼아 구경하면서 대리만족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집에 살면.. 어떻게 인테리어를 하고 살면 좋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의외로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저는 8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총 다섯 번의 이사를 경험(도쿄에서 2번, 오사카에서 3번) 했는데요. 아마 처음 일본에서 방을 구하는 분들은 부동산 계약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들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어떤 식으로 방을 옮기면서 다녔는지를 간단하게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것은 아니고요, 그냥 이 놈은 이런 식으로 이사를 다녔었구나 정도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① 한국에서 도쿄로 유학을 처음 갈 때, 저도 방을 어떻게 구해야 하나 겁도 많이 나고 막막했는데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불운했다고 해야 될까..? 먼저 도쿄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제 친구(뽕따이)가 제게 어떤 원룸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여기서 같이 살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룸메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한국인 부동산 회사에 가서 방을 알아봤다. 거기서 가구 풀옵션으로 물건을 하나 소개해주더라. 유학생들을 위한 물건이라 따로 뭐 보증인이나 보증금은 필요 없고 개인정보 주고 월세만 꼬박꼬박 잘 내면 된다고 하더라. 근데 두 명이 한 방을 써야 한다고 하니 우리 같이 살지 않겠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일본인 보증인이 없으면 방 구하기 쉽지 않다는 소문 같은 걸 듣고 있던 때로, 옳다구나! 여기로 하잣! (너무나 무섭고..) 외로운 유학생활 전우애를 불태우면서 같이 헤쳐나가보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요.

 

계약조건은 TV, 밥솥, 전자렌지, 2층 침대.. 정도를 가지고 풀옵션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요, 제가 정확히 공과금(전기・가스・수도비)에 대해서는 생각이 안 나지만 아마도 일정 금액까지는 포함이고 너무 과다한 금액에 대해서는 따로 청구하는 조건으로 각자 월세를 62,000엔씩 냈습니다(월세는 매달 현금으로 부동산 사무실에 내러 갔었고요, 가면 신라면 5개씩 주셨는데 이것조차 엄청나게 감사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신오오쿠보(新大久保)와 히가시나카노(東中野) 역에서 가까운 키타신쥬쿠(北新宿)에 위치해 있어서 입지조건은 나쁘지 않았지만, 18㎡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방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살면서 도합 124,000엔씩 월세를 내고 살았던 것이 지금으로서는 스스로도 잘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네요. 제가 주소를 기억하고 있어서 부동산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봤는데요, 저희가 살던 집이 원래 월세 7만 엔 정도 받는 곳으로 뜨네요. 공과금을 아무리 많이 잡아도 15,000엔을 넘기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4만 엔 정도를 더 비싸게 주고 살았다는 것이 되겠죠? 정확히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집주인과 한국인 부동산이 따로 계약을 맺고 하는 시스템 갖지는 않았거든요. 부동산 대표 명의로 임차 계약을 하고, 임의로 유학생들에게 재임대를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기존 월세보다 많은 월세를 걷어서 남겨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가구들을 넣어주고, 방 구하기를 어려워하거나 겁을 내는 신입 유학생들을 상대로 두 명씩 묶어서 한방에 넣어서 월세를 두배로 걷어서 남겨 먹는 구조인 것이죠. 지금도 이런 식으로 방을 빌려주는 업자들이 계신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당시에 멍청했던 것이지 아무리 겁이 많으신 분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는 방을 구하는 것은 추천드리기 힘드네요. 월세만 더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두 명이서 써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되는 것이거든요. 계약하는 것이 무서우신 분들은 기존에 방을 빌려서 살고 계시는 분들 중에 룸메를 찾는 분들을 찾아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장점에 비해서 단점이 너무나 큰 계약 방식입니다. 

 

② 3개월 만에 뽕따이와 사이가 약간 틀어졌습니다. 녀석 일본인 여자 친구가 생기더니.. 자꾸 저한테 산책을 시키더군요ㅠㅠ 농담이고요,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군대에서는 정말 잘 맞는 친구였지만, 사회에 나와 좁은 공간에서 계속 같이 지내는 것은 또 그것대로 새로운 스트레스들을 서로 받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이스트 웨스트(EastWest) 일본어학교를 다녔는데요. 학교는 참 괜찮았지만, 공부 시스템이 저한테는 조금 불리한 느낌이더라고요(이유가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꿈꾸던 유학생활과는 차이가 조금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쿄에서의 유학생활은 미리 학비를 낸 6개월만 하고 접고, 워킹홀리데이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남은 3개월을 어떻게 지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예산을 정리해보니까 월세를 일수로 끊는 것이 조금 애매해지더군요. 그래서 겸사겸사 새로 부동산을 알아보다 보니 너무나 괜찮은 곳을 찾아서 그곳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부동산 회사는 레오팔레스 21(LeoPalace21)입니다. (지금 검색을 해보니까 제가 빌렸던 시기랑 뭔가가 많이 바뀐 것 같아서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기가 조금 조심스럽네요.)

 

제가 생각하는 레오팔레스21의 가장 큰 장점은 계약 시 보증인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단기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시스템들 덕분에 장기출장을 다니시는 분들이나, 한 지역에서 여행을 길게 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에게 굉장히 메리트가 있는 계약 방식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30~100일간에 단기계약이 가능한 단기플랜(短期プラン)을 이용하여 100일짜리 계약을 맺었습니다(매물별로 계약 가능한 기간이 상이합니다). 기본적인 가구들과 광열비 모두 포함해서 로프트 달린 신축 원룸을 100일 동안 빌리는데 총비용 20만 엔이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에어컨 틀어놓고, 매일 따뜻한 물에 30분씩 샤워를 해도 추가 요금이 없고, 좁지 않은 나만의 공간을 독차지할 수 있었으니 뽕 따이와 둘이 살 때보다 훨씬 싸게 먹히는 계약이었죠(할인율이 높은 물건이었지만, 제가 따로 학생할인 같은 것을 받을 수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저는 안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같은 조건으로 검색해보면 당시보다 월세가 훨씬 비싼 매물들만 보여서 이상하네요;;). 물론, 선결제를 했기 때문에 외국인이라고 따로 보증인도 필요 없었습니다. 할인 캠페인 덕분에 싼 가격에 나왔던 물건이었지만, 시내에서 조금 멀어진 위치는 제가 감내해야만 했죠.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중앙선 미타카(三鷹)역의, 다음 정차역인 무사시사카이(武蔵境)라는 곳의 조용한 주택가였습니다. 외진 곳일수록 싼 가격에 할인이 많이 붙고, 이용인원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보통 2-3명의 제한이 있지만, 안 걸리면 장땡)으로 이용이 가능한데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지게 되겠지만, 매물만 잘 찾으면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역에서 15~20분 정도 걸을 자신 있는 분들은 한 달 단기플랜을 8만 엔 정도에 충분히 계약 가능하거든요(오사카 기준). 그러면 하루에 2,700엔 정도잖아요? 두 명이서 같이 쓴다고 하면 인당 하루 1,500엔이 안 되는 가격으로 묵을 수 있는 것이죠. 저처럼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단기계약을 알아보셔야 하는 분들이 있다면 레오팔레스의 매물을 관심 있게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단기계약을 전제로 이야기 했을 때만 위약금 등을 안 물고 짧게 살다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는 것이지. 장기 계약을 할 생각이라면 대부분 유학생들에게 레오팔레스는 사치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시내에서 약간 노후한 건물들을 알아보시는 게 당연히 훨씬 유리하실 겁니다. 

 

무사시사카이(武蔵境)에서 살던 시절 쓰던 스이카. 오사카에서도 충전용 교통카드로 썼었다.  

어찌 됐든 저는 2011년 3월 11일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東日本大震災)의 여파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이 100만 원을 호가하던 시기에, 계획대로 미리 예매해둔 티켓을 이용해서 3월 20일쯤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죠. 그리고 그 해 7월에 다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오사카로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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