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버블 붕괴를 경험한 불운의 세대

안녕하세요, 소공소곤입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5~44세 사이의 인구 약 1700만 명 중 30%는 취업에 실패하거나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어, 일본 경제활동인구 중에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의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중후반의 중년층. 이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시기에 1990년대 말 일본 버블 붕괴를 목격했고, 2000년대 초반엔 미국에서 시작된 'IT(정보기술) 버블' 여파를 맞았으며,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취업 한파를 경험했습니다. 

 

첫 직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이들은 일본 특유의 신입 선호 취업시장 때문에 다시 취업 사다리를 오르지 못한 채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취업 시기와 불황이 겹치며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불운의 세대.

 

일본에선 이들을 '잃어버린 세대' 혹은 '취직빙하기(就職氷河期) 세대'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1993~2005년에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버블 붕괴로 인한 장기침체와 청년인구 증가, 新卒(졸업예정자)를 좋아하는 일본식 고용시스템,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가 당시의 청년들의 고용여건을 어렵게 한 요인들로 꼽히고 있습니다. 

 

취직빙하기 중 일본 청년들은 고실업과 저임금, 고용불안의 3중고를 겪으며 잦은 이직을 경험해야만 했고, 그 때문에 사내 교육을 통한 능력 축적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의 좌절감이 확산됨에 따라 체념하고 포기하는 현실 순응적 경향이 확대되어 안정 추구 성향이 높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을 분석합니다. 

 

비혼과 만혼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출산율은 하락하게 되었고, 취업의 어려움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으나 졸업 이후에도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취직빙하기 세대를 지원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에 일본은 취업 호황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할 정도로 청년 실업 문제는 많이 해소되고 있지만, 일본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확인했듯이 중년층은 여전히 이전 세대보다 낮은 임금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중년층의 소비성향 저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빙하기 중 유년기를 겪은 현재의 청년세대까지도 소비성향 저하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 빙하기 세대가 부모에 의존하고 있지만 부모의 은퇴시점이 도래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는 빙하기 세대가 60대가 되는 2030년대 일본은 가난한 노인이 늘면서 재정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직빙하기 세대와 관련된 용어들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취업난이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면서 빙하기 세대는 빈궁 세대, 비참 세대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ニート, 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정규직을 선호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フリーター, FREETER)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워지자 고의로 F학점을 맞아 취업을 미루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취업 유급자들을 국가의 부채상환 거부에 비유해 모라토리엄 세대(モラトリアム世代)로 부르기도 합니다.

 

넷카페 난민(ネットカフェ難民)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월세를 내기 어려워진 실업자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숙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립할 능력을 상실한 청년들은 결국 부모세대에 의존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パラサイトシングル, parasite single)가 크게 늘었으며,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깨달음, 득도라는 의미를 지니는 사토리 세대는 유년기에 빙하기의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면서 야망이 없고 소비활동에 소극적인 청년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참고로 잃어버린 세대의 빙하기는 가장 많은 히키코모리를 양산해 냈다고 합니다. 1990년대 말 히키코모리가 된 이들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40세 이상의 중년층이 됐는데, 이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61만 명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15~39세의 히키코모리가 54만여 명이라고 하니 40대 이상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 한 분들이 얼마나 쏟아져 나왔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가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해 여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들의 구인난 문제와 사회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3년간 650억 엔을 투입해 30만 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을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이 조건 없는 적극적인 채용 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에 반해, 여전히 장기간 경제활동을 멈춘 이들을 꺼리는 데다가 택시 기사나 단순 노동직의 직업이 많아 구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과연 어떻게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를 사회가 끌어안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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